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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7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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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SBS '홍길동'으로 혜성처럼 데뷔한 그는 이듬해 '북경반점'으로 브라운관-스크린 원투 펀치를 노렸으나 뒷심이 조금 약했다. 이후 신세대 아이콘 김희선과 작업한 SBS '토마토'에서 단정한 슈트 차림의 변호사로 돌아온 김석훈은 시청률 대박과 함께 드라마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안방극장의 달콤한 인기와 별개로 충무로에서 그가 일궈낸 흥행 성적표는 실로 우울하다. '북경반점'이야 처음이라 '뭘 몰랐다' 쳐도 '단적비연수'(2000)와 '튜브'(2003)에 이어 '귀여워'(2004)에 다다르면 웃고 있어도 절로 눈물이 난다.
선배 강수연의 MBC '문희'를 누른 최근 KBS2 '행복한 여자'부터 거꾸로 세어봐도 MBC '비밀남녀' '한강수타령' SBS '폭풍 속으로'까지 방송국에서의 이름값에 비한다면 그는 스크린 안에서 유독 푸대접을 받았다. 오죽하면 'TV용'이란 수식어가 붙었을까.
혹시 평면 공간에서 움직이는 주전공 연극의 태생적 한계 탓에 단면적으로 보이는 브라운관에 비하면 그야말로 '입체적인' 필름에 적응하지 못한 까닭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연이은 스크린과의 '악연' 또는 '불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김석훈은 "진짜 고생하다가 나중에 되는 경우를 봤다. 그런데 난 그렇게까지 '불운'은 아닐 것"이라며 "TV에서의 흥행보다 영화에서 평가나 운이 안 좋았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봐도 그러한데 전문가들 눈에는 오직하겠느냐"고 순순히 인정했다.
김석훈은 이어 "전작 '귀여워'의 경우 영화의 특성상 극장에서 금방 내려질 것이라 예상했고 '튜브'는 대구 지하철 참사라는 악재가 작용했다. 하지만 '마강호텔'은 다르다"며 "철저한 상업영화가 대중에게 외면 받으면 정말 머리 아파진다. 그 생각 때문에 이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우울증에도 걸렸다"며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보여주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과묵남 캐릭터를 유지했던 김석훈은 최근 '마강호텔' 개봉과 맞물려 어깨를 누른 부담감에 오락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며 소탈함을 과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김석훈은 "사실 연기자는 연기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그동안 나름 '신비주의'를 고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 영화의 컨셉은 대중들이 선호하는 코미디다. 영화의 성격과 맞게 내 평소 모습을 보여줘 기존의 고귀한 이미지를 스스로 부셔뜨리면 관객들이 좋아하겠다 싶었다"며 '망가짐'을 자처했다.
김석훈은 또 "대중 예술인에게 관객은 중요하다"면서 "연기자는 유전적으로 변화에 대한 욕심이 있고 저 역시 성실한 이미지가 답답했다. 그렇다 해서 굳이 계산된 변화는 아니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면 그건 진정한 대중 예술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봉 이튿날 만난 김석훈은 극중 '꽃남방' 컨셉에 어울리는 화려한 플라워 프린트의 V넥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다. 솔직히 심플한 정장 모델로 기억되는 김석훈의 색다른 노출(?)에 기자도 깜짝 놀란게 사실. 당사자도 주변 반응보다 더 어색해하며 연신 거울을 살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마주앉은 테이블에서 김석훈의 발개진 목이 눈에 띄었다. 사진 촬영 틈틈이 낯선 패션이 머쓱한지 자꾸 매만지더니 그만 쇄골 주변이 붉게 도드라졌나 보다.
김석훈의 매력은 여기에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다운 어수룩함. 망가짐이 상상 안되도 열심히 노력하는, 그와 동시에 쑥쓰러워하는 인간적인 진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연 '참한' 김석훈이 '영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을까.
이지영 스포츠동아 기자 garumil@donga.com
사진=임진환 스포츠동아 기자 photo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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