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양영희 감독 “국적 다르다고 父女사이 어디 가나요”

  • 입력 2006년 11월 17일 03시 06분


“아버지 국적은 북한, 나는 한국. 그게 뭐 어때서? 그래도 아빠와 난 사이가 좋은데요?”

재일교포 다큐멘터리 감독 양영희(41·사진) 씨의 아버지는 총련 간부로 평생을 그의 ‘조국’에 충성했다. 북한의 재일교포 북송사업에 참여해 1971년 세 아들을 모두 평양으로 보내기까지 했다. 어릴 땐 그런 아버지가 싫어 같이 밥도 먹지 않았다는 딸은 아버지의 모습을 10년간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를 이해하게 된다. 국적과 사상은 달라도, 이들은 ‘가족’이었기에.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자기 가족의 사는 모습을 찍은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의 개봉을 앞두고 양 감독이 서울을 찾았다. 영화는 평양의 가족 상봉에서 나중에 반신불수가 된 아버지의 투병생활까지 보여 준다. 세 오빠의 평양에서의 삶은 비교적 유복해 보인다. 이는 양 감독의 부모가 돈을 계속 보냈기 때문. 어머니는 영화에서 각종 학용품과 일회용 손난로까지 평양에 싸 보내며 “부모밖에 못할 짓”이라고 말한다.

‘귀국’이란 말의 의미도 모르던 6세에 오빠들을 떠나보낸 양 감독은 11년이 지난 고등학교 때 처음 평양에서 오빠들을 만났다. 그리고 조국의 현실이 아버지 생각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땐 사회주의를 지지해야 ‘인텔리’인 줄 아는 분위기였고, 북한에서는 ‘오면 집도 주고 일도 준다’고 선전하고 일본에선 차별이 심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북핵에 관한 의견을 물었더니 그는 “북핵도 싫고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 것도 싫고 북한에 핵을 포기하라고 하는 나라들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도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양 감독은 2년 전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꿨다. 국적 변경을 계속 반대하던 아버지는 영화 뒷부분에서 “바꿀 필요가 없지만 바꾸어도 할 수 없지”라며 허락한다. 평양 옥류관에서 진갑 잔치를 열며 “아직도 충성을 다하지 못했다”고 했던 아버지는 그저 딸을 사랑하는 평범한 아버지이기도 한 것.

평양은 양 감독에게 어떤 의미일까. “정치적 상징적 평양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저 내게 소중한 사람이 사는 곳이죠.” ‘디어 평양’은 23일 서울 중구 명동 CQN에서 단관 개봉한다. 12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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