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심회, 경인방송 접수하려 했다”

  • 입력 2006년 11월 1일 03시 03분


어색한 동석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 씨가 경인방송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간여했다는 의혹이 이는 가운데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인방송 공동대표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왼쪽)과 신현덕 씨. CBS 추천으로 공동대표를 맡은 신 씨는 백 회장이 미국에 기밀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폭로했다. 김경제 기자
어색한 동석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 씨가 경인방송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간여했다는 의혹이 이는 가운데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인방송 공동대표인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왼쪽)과 신현덕 씨. CBS 추천으로 공동대표를 맡은 신 씨는 백 회장이 미국에 기밀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폭로했다. 김경제 기자
“고정간첩 (혐의를 받은 장민호 씨가 조직한) 일심회가 경인방송 접수를 시도한 의혹이 있다.” “경인방송 대표가 미국에 기밀 정보를 제공해 왔다.”

31일 방송위원회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경인방송과 관련한 ‘간첩’ 의혹 공방이 이어졌다. 경인방송은 2004년 12월 31일 문을 닫은 iTV의 후속 사업자로 선정돼 내년 5월 개국할 예정이며 인천과 경기 북부지역 1300만 명이 볼 수 있다.

박찬숙 한나라당 의원은 “일심회의 총책인 장민호 씨가 경인방송의 2대 주주인 미디어윌 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밝혀졌다”며 “장 씨는 주원석 미디어윌 회장의 대학 후배로 경인방송 사업에 상당부분 간여해 왔다는 소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미디어윌이 대주주인 미디어윌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간첩 혐의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는 사실이 밝혀진 지난달 27일 해고됐다. 장 씨는 성균관대 국문과 81학번, 주 회장은 성균관대 무역학과 78학번이다.

미디어윌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장 씨가 평소 회식 등 술자리에서 열린우리당 정치인들과 친하고 과거에 운동권이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며 “특정 정당의 정책에 대한 불만 등 정치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그만 하자’며 (회식 자리에서) 들어가게 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디어윌은 결과적으로 고정간첩이 지상파 방송사 사업에 간여하려 했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주주로서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경인방송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출자자간 지분 이면 합의 의혹과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 신현덕 경인방송 공동대표는 지병문 열린우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경인방송의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국내 정세를 분석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 왔다”고 주장했다. 백 회장은 신 씨와 함께 경인방송의 공동대표이다.

신 대표는 “백 회장으로부터 개국과 관련한 업무만 지시받는가”라는 지 의원의 질문에 “백 회장이 국내의 여러 정보원들로부터 정보와 문서를 제공받아 영문으로 번역한 뒤 미국 정보기관에 전달한다고 말했다. 나도 8건의 문건을 작성해 줬다”고 답변했다.

백 회장은 이에 대해 “신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사법당국에 수사를 요청하고 신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인방송은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신 대표가 폭로한 문건은 국내외 정황에 대해 자문역을 맡아 달라는 회사 요청에 신 대표가 직접 작성한 것이고 △영문 자료는 영안모자의 해외 법인 대표들을 위해 번역했으며 △폭로 내용도 신문에 나오는 수준으로 국가 기밀이 아니라고 밝혔다.

신 대표는 경인방송의 6대 주주인 CBS의 추천으로 경인방송 컨소시엄의 공동 대표를 맡았으나 CBS와 영안모자는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갈등을 빚어왔다. CBS는 이날 오전 백 회장과 관련해 신 대표가 제기한 의혹 전문을 언론사에 배포하기도 했다.

조창현 방송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경인방송은 사업자로 지정된 상태로 허가 추천 절차가 남아 있다”며 “그동안 제기된 문제를 따진 후 허가 추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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