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교재 폭리 ‘성과급 잔치’

  • 입력 2006년 6월 9일 03시 04분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교재 가격을 부풀려 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6, 7월 EBS에 대한 재무감사를 실시한 결과 EBS가 수능 교재를 판매하며 폭리를 취하고 이 돈으로 직원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방만한 경영을 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EBS는 수능 교재 가격에 관한 자체 회계규정을 무시하고 가격을 제조원가의 5배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에 따라 EBS는 2004년 한 해 동안 수능 교재 판매로 출판 비용 189억 원의 2배가 넘는 382억 원을 벌었다.

특히 EBS는 같은 해 국회에 “수능 교재 판매 이익은 인건비에 쓰지 않고 수험생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판매 이익 중 43억 원을 직원 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EBS는 또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따른 보상으로 직원에게 52억 원을 지급할 계획을 세웠다가 감사원 감사 이후 취소했다.

EBS는 저소득층 자녀 강의교재 무상 공급과 ‘사랑의 PC 보내기 운동’ 등에는 13억7000만 원만을 집행했다.

이에 대해 EBS는 “수능 교재의 제조원가는 인쇄비와 원자재 값만 계산한 것으로 관리비와 유통 수수료를 제외하면 실제 이윤은 25%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EBS 수능 교재의 값은 다른 수능 교재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공기업이라는 성격과 수험도서 시장에서의 독점적인 지위 등을 고려해 볼 때 EBS가 과도한 이익을 누려 왔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한편 이번 감사 결과 EBS의 방만 경영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EBS는 2000∼2004년 인건비를 연평균 16.6% 인상해 2004년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6700여만 원에 달했으며, 그해 6월에는 직원들에게 공사 창립기념일이라는 이유로 기본급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이 외에도 감사원은 수능 교재 판매를 담당할 총판을 선정해 관리하며 총판업체에서 1500여만 원을 받은 직원 2명과 방송 제작물 공연 계약 업무를 하며 업체로부터 500만 원을 받은 직원 1명 등 직원 3명의 비리 사례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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