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청각장애 성심학교 야구부, 꿈의 소리를 듣다

  • 입력 200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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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태양을 향해 쏴라’의 주인공인 성심학교 야구부원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야구를 하면서 학교 밖의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 크게 갖게 됐다. 사진 제공 KBS
다큐멘터리 ‘태양을 향해 쏴라’의 주인공인 성심학교 야구부원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야구를 하면서 학교 밖의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 크게 갖게 됐다. 사진 제공 KBS
충북 충주시 성심학교에 야구부가 만들어진 지 4년째다. 청각장애인 학교인 성심학교 학생 20명이 부원이다. 그간 봉황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3번 출전했고 일반 고교 야구팀과 20여 회의 경기를 치렀다. 기록은 연전연패. 그랬던 그들이 올여름 강릉고와의 연습 경기에서 처음으로 이겼다.

15일 방영되는 KBS1 송년특집 다큐멘터리 ‘태양을 향해 쏴라’(오후 7시 25분)는 성심학교 야구부의 4년간의 땀과 눈물을 고스란히 담은 기록이다. 2002년 9월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제작진은 야구부의 활동을 좇아 왔다.

성심학교 학생들에게 야구부가 생겼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2년 동안 한 학교를 다닌다. 같은 장애를 가진 친구들끼리 생활하면서 큰 변화 없는 날들을 보낸다. 그런 학생들에게 야구는 새로운 희망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지금까지의 삶과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꿈을 가졌다.

그러나 들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아이들이 야구를 하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야구는 소리에 반응해야 하는 경기다. 속도감 있는 팀플레이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은 몸에 공을 맞고서야 공이 제 곁으로 날아온 줄을 알았다. ‘마이 볼’을 외칠 수도 없었다. 수(手)신호를 정하고 반복해 연습했다. 그렇다고 공이 정해진 방향으로만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날아오는 공과 싸워야 했다.

아이들의 꿈이었던 봉황기 출전은 창단 이듬해인 2003년 이뤄졌다. 1루라도 밟아 보는 것, 1점이라도 내는 것이 목표였다. 경기 규정도 전혀 모르고 야구를 시작한 아이들이 소박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목표를 봉황대기 첫 경기에서 이뤘다. 지난해 서울대와의 친선경기에서는 첫 홈런도 나왔다.

야구부원 중 고교 3학년 학생들은 8명. 내년 2월이면 학교를 졸업한다. 이제 아이들의 꿈은 ‘청각장애인 야구단’이 실업팀으로 창단되는 것이다. 올해가 다 가도록 아무런 결정이 내려지지 않아 꿈이 당장 이루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아이들은 누구보다 치열한 10대를 보냈으며 누구보다 고독한 싸움을 감내해 왔다. 다큐멘터리는 그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증거물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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