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앙드레 김과의 영화토크 (上)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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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올해 10회를 맞았던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도 10년째 ‘개근’하면서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앙드레 김을 만나 배우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제가가 감미롭게 흐르는 그의 의상실에서 진행됐다.

▽기자=어떤 배우들은 연기를 잘하고 인기 정상에 있어도 패션쇼 무대에 세우지 않으시는데요.

▽김=저는 우선 연기자로서 교양미와 지성미, 인격적인 깊이가 굉장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누드모델을 했던 사람들은 (패션쇼 무대에) 초빙하지 않아요. 절대로요. 이건 저 개인의 선택이죠. 저 개인의 기준이고요. 저는 내적인 세계, 따뜻한 마음, 주위에 아름다운 인정을 베풀 수 있는 인간애를 지닌 분들이 좋아요. 국가관도 투철해서 한국의 이메이지(이미지)를 알리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분들도 참 좋고요.

▽기자=근육질 스타는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김=아, 권상우 씨는 옷을 벗으면 굉장히 강한 근육이 나타나지만, 옷을 입으면 굉장히 슬랜더(slender·날씬한)한 두 가지 분위기를 훌륭하게 지녔어요. 옷을 벗으면 왕(王) 자가 보이고 굉장히 알찬 근육이 있는데, 의상을 입으면 매끈하게 군살이 없이 흘러요. 의상이요. 울퉁불퉁하고 둔탁한 근육은 저의 작품세계와 정신세계하고는 덜 맞아요.

▽기자=수년째 선생님의 패션쇼 무대에 선 여배우는 김희선입니다. 최근 청룽(成龍)과 함께 ‘신화’란 영화를 찍기도 했는데요. 외모에 비해 연기력을 더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김=우리 김희선 씨가 완벽하게 예뻐요. 타고난 미모에 자기 관리를 잘해서 충분히 아름다워요. 조각처럼. 그런데 예쁘고 귀엽고, 이런 데만 초점이 맞춰져요. 깊이 있고 아주 고독한 연기, 괴로워하는 연기, 고민하는 고뇌의 연기에 비중을 더 두었으면 해요. 어떤 연기를 해도 김희선 씨의 아름다운 매력은 지속되거든요. 정신력과 잠재력은 굉장하지 않아요?

▽기자=요즘 주목하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김=‘영화의 날’ 패션쇼에 메인 모델로 초빙했던 윤세아 씨라고 있어요. ‘혈의 누’라는 영화에 나왔었죠? 요즘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에도 나오고요. 어우, 굉장히 내적인 깊이의 아름다움이 가득 찼어요. 얼굴이 조각같이 아름다우면서도 눈이 그렇게 깊이 있을 수가 없어요. 아, 깨끗하고 고고한 아름다움. 요즘 연기자 중에는 보기 드문, 얼굴도 자연 미인이고요. 사실 ‘프라하의 연인’에서 아기를 익스펙팅(expecting·출산 예정)한, 배가 부른 분위기로 등장했을 때는 시각적으로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지만 신인으로서 (배부른 모습을 마다하지 않는) 정신력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여성이 임신했을 때 아름답게 보인다는 건 세계적인 상식이지만 화면에서는 안 그럴 수 있거든요. 김태희 씨도 너무 정말 지적인 미인이에요. 티 없이 밝고, 아주 오염 안 된. 영어로 표현하면 퓨어(순수한), 피(P) 유(U) 아르(R) 이(E)죠? 귀한 사랑을 받고 자란, 순수한 사랑이 느껴지는….

※다음 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대한 앙드레 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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