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총량제-중간광고 무엇이 문제인가

  • 입력 2005년 1월 6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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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이 5일 광고인 신년교례회에서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과 중간광고제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방송위원회를 비롯해 케이블TV 등 뉴미디어업계와 시청자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의 발언은 특히 방송계의 지각변동을 초래할 방송광고제도의 변화를 문화부가 주도하는 인상을 줌으로써 방송정책 당국인 방송위를 무시하는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최근 이 문제를 논의한 적이 없는데 문화부가 왜 주무당국인 우리를 제쳐놓고 나서는지 모르겠다”며 “올해 불황이 깊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면 지상파 방송을 제외한 나머지 매체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지상파 봐주기에 본격 나서나?=중간광고제와 방송광고 총량제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오래전부터 광고수입 증대를 위해 요구해 왔던 숙원사업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문화부 장관이나 방송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이 제도의 허용을 요구해 왔으나 그때마다 시청자단체나 케이블TV 등 뉴미디어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표 참조

중간광고제와 방송광고 총량제는 시청자 불편을 초래하고 지상파들의 광고 독과점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정 장관의 발언은 문화부가 지상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한양대 김재범(金宰範)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 정부가 방송의 공익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주장하면서도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을 불러올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방송광고 총량제=현재 방송법에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는 프로그램의 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면 60분짜리 드라마에는 최대 6분의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광고 총량제는 방송사 전체 광고량은 규제하되 프로그램별 광고의 종류 횟수 등은 방송사 자율에 맡기는 제도다. 이에 따라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타임대에 광고가 집중됨으로써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진의 무분별한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는 한편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도 우려된다.

또 광고가 지상파에만 몰리게 됨으로써 케이블TV나 위성방송 등 뉴미디어의 광고시장이 크게 위축돼 매체 간 균형발전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다는 게 방송학계의 중론이다.

▽중간광고제=1974년 폐지된 이후 지상파 방송사들이 계속 부활을 주장해 온 제도다. 그러나 프로그램 중간에 흐름을 끊고 광고를 삽입하는 중간광고제는 시청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시청자단체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또 광고가 프로그램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등 프로그램의 광고 종속이 강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김성훈·金成勳)은 5일 성명을 내고 “중간광고제와 방송광고 총량제가 도입되면 방송사는 광고 유치를 위해 흥미 위주의 선정적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다”며 “시청률 과당경쟁으로 공영방송의 상업화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중간광고제 및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 시도 과정
시기주체내용반대 여론
2000년 1월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1999년 11월 ‘한국광고대회’ 참석해 중간광고 허용 시사 2000년 60분 이상의 지상파 TV프로그램에 한해 중간광고를 허용하는 방송법 시행령 발표중간광고는 시청률 과당경쟁을 초래해 선정적 폭력적인 프로그램들이 급증하며 시청자의 주권을 침해(한국언론정보학회와 18개 시민단체)
2001년 11월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지상파 TV방송의 디지털 전환 자금 마련을 위해 민영방송에 한해 중간광고를 허용. 광고총량제 도입은 유보방송사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디지털 재원 부족을 시청자에게 전가(한국방송학회 등)
2003년 7월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지상파 방송의 광고시간을 전체 방송 시간의 20% 이내로 연장하는 등 방송광고총량제 검토. 방송광고는 토막, 중간, 가상, 기타 광고로 구분하고 구체적 시간 횟수 또는 방법은 시행령으로 정함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간 연장은 군소 방송사와 인쇄 매체의 위축을 초래하고 지상파의 여론 독과점 현상을 심화시킴(한국광고홍보학회 등)
2005년 1월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5일 광고인 신년교례회에서 중간광고 및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 시사방송광고총량제와 중간광고제 도입 시기와 방법 등을 방송위와 협의할 계획지상파TV의 중간광고제와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은 시청자 주권을 침해한다며 재론 전면 중지 요구(경실련)

허 엽 기자 heo@donga.com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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