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스 패러디 인터넷방송 ‘헤딩라인 뉴스’ TV속으로…

  • 입력 2004년 4월 8일 17시 31분


헤딩라인 뉴스 제작진이 10평 남짓한 스튜디오에 한데 모였다. 앞쪽에 앉은 이가 뉴스 앵커인 이명선씨다. 왼쪽부터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 ‘공갈만 편집국장’으로 출연하는 애니메이터 손유진씨, 이윤철 PD, 이승헌 AD, 기자로 출연하는 김상훈 작가. 김미옥기자
헤딩라인 뉴스 제작진이 10평 남짓한 스튜디오에 한데 모였다. 앞쪽에 앉은 이가 뉴스 앵커인 이명선씨다. 왼쪽부터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 ‘공갈만 편집국장’으로 출연하는 애니메이터 손유진씨, 이윤철 PD, 이승헌 AD, 기자로 출연하는 김상훈 작가. 김미옥기자
“국회 사무처는 17대부터 의장석과 반대 방향의 역방향 좌석을 배치, 국민을 멀미나게 하는 저질 국회의원들을 강제 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계 단신입니다. 청와대의 유인태 전 수석, 한나라당의 남경필 의원, 열린우리당의 유시민 의원 등은 모두 단신입니다. 단신, 그러니까 키가 작습니다. 진짜루…”

방송 뉴스를 패러디한 ‘헤딩라인 뉴스’의 일부다. ‘헤딩라인 뉴스’는 주간 웹진 ‘르 지라시’와 함께 시사풍자 전문 블로그인 미디어몹(www.mediamob.co.kr)의 주요 메뉴. 네티즌들 사이에 ‘넘 재밌다’는 입소문이 돌아 2월 28일 인터넷에 처음 나간지 한 달만인 지난달 25일부터 KBS2 ‘생방송 시사 투나잇’(월∼목 밤 12:10)에 고정코너 자리를 꿰찼다. 6일부터 방송 횟수도 매주 1회에서 4회로 늘었다.

‘헤딩라인 뉴스’는 제도권 방송의 형식을 빌려 딴지를 건다. 제작진이 신문을 패러디한 ‘딴지일보’ 출신이 많아서인지 논조도 그와 비슷하다. 주류 방송을 패러디한 비주류 방송이 다시 주류 방송을 타는 양상이다.

‘헤딩라인 뉴스’는 MBC ‘뉴스데스크’나 KBS의 ‘뉴스 9’와 흡사하다. 여성 앵커가 정색하고 뉴스를 진행하며 취재 현장의 기자들과도 수시로 전화로 연결한다. 모자이크 처리된 제보자가 변조된 음성으로 비리를 폭로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모두 미디어몹의 직원들이 연기한 것이다.

‘헤딩라인 뉴스’는 최근 사회현안에 대해 가상의 여론조사기관인 ‘한국 시럽’과 함께 여론조사 스타일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아침형 인간’이 화두로 떠오르자 “기업들이 이른바 ‘아첨형 인간’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식이다.

기획취재 ‘카메라 출장’은 ‘헤딩라인 뉴스’의 취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아이템이다.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온세력이 곳곳에서 공산주의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는 제보가 있어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이건…,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이건 완전히 획일화시켜서…. 이게 공산주의지 뭐겠어요.” (음성 변조된 제보자)

그러나 카메라 출장팀이 고발한 ‘현실’은 사람의 덩치가 크나 작으나 돌솥비빔밥의 양이 똑같다는 것이다. 기자는 정색을 하고 “개인의 식사량을 철저히 무시한 채 획일화된 밥그릇들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고 마무리한다.

수많은 인터넷 패러디물 가운데 ‘헤딩라인 뉴스’가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언더그라운드’ 뉴스가 제도권 방송에 ‘입성’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나 일각에서는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이 개그화하면 어떡하느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담당 김현 PD는 “사안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패러디 형태로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점이 젊은 시청자들의 감각에 맞다”고 말했다.

문화비평가 김동식씨(‘문학과 사회’ 편집위원)는 “지상파 방송이 자신을 풍자하는 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감수하는 이유는 자기들이 직접 하기에는 위험부담이 있는 말을 패러디물을 통해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비주류 패러디 제작자들이 제도권에 쉽게 ‘투항’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에게는 제도권과 비제도권의 경계가 없다. 하나의 소스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파급되는 것은 디지털시대 문화 컨텐츠의 운명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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