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2월 16일 19시 2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두 사람은 요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한국 영화계의 주인공들이다. 김 감독은 15일(한국시간)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수상했고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는 이번 주 단일 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처럼 한국 영화계에서 극과 극의 길을 걸어온 감독도 드물 것이다. 굳이 공통점을 찾는다면 44세의 동갑내기 감독이라는 정도일까.
김 감독은 한마디로 ‘잡초’처럼 성장했다. 제대로 된 영화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장생활과 해병대 복무를 거쳐 1990년 무작정 프랑스로 건너갔다. 평소 소질이 있던 그림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프랑스를 돌아다니던 30세의 동양 청년은 그 무렵 ‘영화란 것’을 처음 본 뒤 큰 충격을 받았다.
이에 비해 강 감독은 대학을 중퇴한 뒤 충무로 영화계에서 전통적인 영화 수업을 받았다. 1993년 ‘투캅스’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사를 차린 뒤 90년대 중반부터 줄곧 충무로 ‘파워맨’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 왔다.
“숫자로 모든 것을 말한다”는 흥행에서도 두 감독의 성적표는 천양지차다. 김 감독의 최고 흥행작 ‘나쁜 남자’는 전국 75만명을 기록한 반면 강 감독의 ‘실미도’는 986만명(15일 기준)을 넘어섰다.
이처럼 삶의 궤적은 판이하지만 두 사람은 늘 한곳으로 통한다. 다름 아닌 영화에 대한 사랑과 집념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우리 영화계에서 흥행감독이든 작가주의 감독이든 자기 목소리를 내고 공존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김기덕만 있고 강우석은 없다’거나 ‘강우석만 있고 김기덕은 없다’는 식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영화가 산업적으로 성장하지만 예술성이 떨어지거나, 반대로 예술성은 뛰어나지만 관객이 외면한다면 한국 영화의 지속적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할리우드영화의 공세 속에서도 시장점유율 50%를 넘고 있는 한국 영화의 성공은 유례없는 일이다. 상업성과 예술성이 결합된 다양성이야말로 우리 영화의 힘이 될 것이다.
영화도 새처럼 하나의 날개로는 비상하지 못한다.
김갑식 문화부기자 dunanworl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