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BS에 이익배당 요구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7분


정부는 공기업이면서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있는 한국방송공사(KBS),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산업은행에 대해 내년부터 배당을 요구키로 했다.

재정경제부 이철휘(李哲徽) 국고국장은 9일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KBS, EBS, 산업은행에 대해 올해 안에 법 개정이나 정관 변경을 통해 정부에 배당을 하도록 요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를 위해 산은 및 방송위원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3개사는 정부투자기관관리법 적용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산업은행은 산은법에 무(無)배당 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KBS와 EBS는 각각 관련 법률에 배당에 관한 지침을 정관에서 정하도록 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그간 이들 기업들의 무배당 관행이 특혜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산업은행과 방송위원회가 공익(公益) 차원에서 이익을 재투자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KBS는 이날 "KBS 매출의 40%가 특별부담금 성격인 TV방송수신료"라며 "이를 일반 수입에 포함할 수 없다는 1998년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는 만큼 매출의 일부를 국고(國庫)에 배당 형태로 지불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KBS는 1031억원, EBS는 62억원, 산업은행은 18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한편 정부는 나머지 정부투자기관관리법 대상 공기업 22개사에 대해서도 올해 사업 실적에 대한 결산이 이루어지는 내년 2월 배당을 늘리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익이 생기면 반드시 배당하고 사내 유보가 필요하면 정부 심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또 정부 지분에 대해 일반 지분보다 낮게 배당하는 관행도 없애는 방향으로 배당 정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들 22개사 가운데 올해 정부 지분에 대해 배당한 공기업은 한국조폐공사,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13개사로 배당액은 모두 2952억원이었다.

이철휘 국장은 "이들 공기업의 평균 배당률이 1%에 그쳐 결과적으로 국민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