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 사장 간첩사건 연루 의혹"

  • 입력 2003년 10월 2일 11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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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宋斗律)씨에 대한 '미화' 프로그램 방송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KBS 정연주(鄭淵珠) 사장이 90년대 초 당시 국가안전기획부가 간첩 혐의로 추적한 인물이었다는 주장이 2일 제기됐다.

한나라당 이원창(李元昌) 의원은 이날 국회 문광위의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93년 5월 '남한조선노동당사건' 사건으로 복역 중인 황인욱(黃仁旭)씨가 당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민족해방애국전선 조직책 고한석(高漢碩)씨의 항문에 1.5㎝X24㎝ 크기의 지령문을 담은 캡슐 2개를 넣어 반출시키려다 적발됐다"며 "지령문에는 '안기부가 간첩혐의를 두고 추적 중이니 행동에 조심하라'는 경고와 간첩 활동을 한 7,8명이 거론됐는데 이 중 세 번째 인물이 '정연주'"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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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또 "당시 이 사건을 조사했던 검사들이 '정연주'가 정 사장이라고 증언했으며 이 사건을 보도했던 기자 J씨가 '지령문에서 직접 '정연주'라는 이름을 확인했으나 같은 언론인이라 실명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최근 밝혀왔다"며 "정 사장은 황씨와 같은 노선을 걸어 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공영방송 사장이 사상과 행적이 모호해서는 안 된다"며 "정 사장을 임명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으며 정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사장은 "한겨레신문 워싱턴특파원으로 근무하던 93년 6월 일시 귀국했는데 한겨레신문의 한 간부가 황씨 사건과 관련해 '박모 교수와 함께 당신 이름이 거론됐다'고 해 황씨를 한번 만났다"면서도 "당시 안기부측에 알아보니 나를 조사 안 해도 된다고 했다"며 간첩 혐의를 반박했다.

그러나 당시 이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사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원창 의원의 주장이 대충 맞을 것"이라면서 "친북 활동 혐의를 확인할 수 없으니 지령문에 정 사장 이름이 나왔다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이윤성(李允盛) 의원은 "KBS 이종수(李鍾秀) 이사장이 77년부터 89년까지 송두율씨가 초대 의장으로 있던 독일 '민주사회건설협의회' 의장을 역임했다"며 "KBS가 송씨 미화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은 정 사장과 이 이사장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한편 정 사장은 송두율씨 미화 방송 논란과 관련, "KBS는 북한 정권과 관련 없이 민주화운동을 해 왔다고 주장해 온 송씨의 학자적 양심과 그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믿어 방송했다"며 "그러나 송씨에 대한 국정원 조사 결과 노동당 입당 등의 다른 사실이 밝혀져 매우 당혹스럽고 혼란과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선노동당 중부지역당 사건이란?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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