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위 ‘연예인 가학프로’에 경고조치

  • 입력 2003년 9월 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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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실에서 방독면을 벗게 한 뒤 출연자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은 KBS2 오락프로그램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사진제공 KBS
가스실에서 방독면을 벗게 한 뒤 출연자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은 KBS2 오락프로그램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사진제공 KBS
방송위원회 산하 연예오락제1심의위원회(위원장 황정태)는 4일 KBS2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SBS ‘뷰티풀 선데이’ 등 3개 가학성 오락프로그램에 대해 ‘경고 및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경고’ 조치를 내렸다.

방송위는 최근 이들 프로그램을 중점 심의한 결과 출연자에 대한 가학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KBS2 ‘슈퍼TV’는 ‘위험한 초대’ 코너에서 남자 진행자들의 특정 신체 부위에 물대포를 쏘거나, 진행자들이 공중에 튀어 올라 수영장에 빠지는 장면을 반복해 방영했다. 이 장면에는 ‘올해의 좋은 영상’이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또 이 프로그램 ‘운명의 바퀴’ 코너에서는 ‘여대 정문에서 모래찜질하기’ ‘여장하고 남자화장실에 들어가 남자에게 전화번호 알아내 오기’ 등 가학적 벌칙이 진행됐다.

MBC ‘천생연분’은 장난치는 출연자를 진행자가 “처절한 응징”이라면서 팔로 쳐 쓰러뜨리고 스펀지로 만든 옷을 입은 상대방의 다리를 꺾어 고통을 주는 장면을 내보냈다.

SBS ‘뷰티풀 선데이’는 출연자의 머리를 ‘벌칙박스’에 억지로 넣게 한 뒤 상자 안에 미꾸라지, 개구리, 밀가루를 넣어 놀라게 하는 장면이 지적됐다. 또 물대포 쏘기 게임에서 진 사람에게 뱀을 목에 감게 한 후 포즈를 취하게 했다. 구명밧줄 하나에 의지해 25m 높이의 철제 구조물을 맨손으로 올라간 뒤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게임에서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는 여성 출연자의 모습도 그대로 방영했다.

방송위는 “가학적 프로그램들이 주말 가족시청 시간대에 집중 편성됨으로써 어린이 및 청소년의 정서에 나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춰 이번 ‘경고’ 조치는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송위는 이들 프로그램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등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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