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그 많던 쇠똥구리는 어디갔을까…KBS1 ‘환경스페셜’

  • 입력 2003년 8월 31일 18시 09분


쇠똥구리의 생태를 다룬 KBS1 ‘환경스페셜’. 뿔쇠똥구리가 쇠똥을 파고 땅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사진제공 KBS
쇠똥구리의 생태를 다룬 KBS1 ‘환경스페셜’. 뿔쇠똥구리가 쇠똥을 파고 땅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사진제공 KBS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 호주. 이 나라의 초원엔 사람 뿐 아니라 수많은 소와 말, 양들도 함께 이민을 왔다. 초원에는 캥거루 똥을 분해하는 곤충은 있었지만, 대규모 초식동물의 분비물을 처리하는 곤충은 없어 파리가 들끓고 생태계 파괴가 심각했다.

호주 정부가 1965년부터 10년간 펼친 노력은 바로 ‘쇠똥구리(Dung Beetle) 프로젝트’.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쇠똥구리’를 수입해 호주 초원에 방사해 토착화에 성공함으로써 호주는 ‘청정 목축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3일 방송되는 KBS1 ‘환경스페셜’(밤 10시)은 멸종 위기에 처한 한국의 쇠똥구리의 생태를 밀착 취재해 생태계 순환에 큰 역할을 하는 ‘쇠똥구리’의 힘을 보여준다.

쇠똥을 동그랗게 경단으로 만들어 굴려가던 ‘왕쇠똥구리’는 예전엔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그 이유는 소를 방목하지 않고 축사(畜舍)에서 사육하기 때문. 쇠똥구리는 초지(草地)가 있어야만 살 수 있고, 사료나 농약 성분이 들어있는 소의 똥에서는 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강원 일부나 제주에서 발견되는 ‘뿔쇠똥구리’는 쇠똥을 땅속 30cm 지하로 갖고 들어가 경단을 만들고 산란한다. 분해된 쇠똥은 땅 속에서 자연비료가 되기 때문에 뿔쇠똥구리가 지나간 자리에는 미생물이 증가해 식물이 잘 자라난다. 또 뿔쇠똥구리에 기생하는 ‘응애’(진드기류)는 온갖 병원균의 매개체인 파리를 잡아먹어 파리 퇴치에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축사에 쌓이는 쇠똥은 분해되지 않은 채 밭에 뿌려지거나 물로 흘러가기 때문에 토양과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이 다큐를 찍기 위해 전국의 쇠똥밭을 3개월간 뒤집고 다닌 KBS 춘천방송국의 이제석 PD는 “쇠똥구리는 땅 속과 땅 위를 연결하는 자연의 순환 고리 역할을 한다”며 “축사에서도 쇠똥구리가 살 수 있도록 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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