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유도스타 윤동식씨 U대회서 해설가 데뷔

  • 입력 2003년 8월 27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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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실수했구나 하는 순간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눈앞이 캄캄했어요.”

현역시절 수천명의 관중 앞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상대를 호쾌하게 메어치던 왕년의 유도 스타도 방송 마이크 앞에서는 식은땀을 흘렸다.

2003 대구 하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방송(MBC TV) 해설가로 데뷔한 윤동식씨(31·한국마사회 트레이너·사진). 1993년부터 남자 유도 78kg급에서 국제대회 40연승의 대기록을 세운 스타. 그런 그도 마이크 앞에서는 ‘신참’ 티를 벗지 못했다.

“준비는 많이 했는데 막상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머릿속이 하얗게 비는 것 같더라고요.”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있었다.

25일 남자 100kg급의 배진범(상무)과 일본 선수간의 경기에서 종료 1초를 남기고 일본 선수가 심판의 ‘그쳐’ 지시에도 계속 공격을 시도했다. 함께 중계를 진행하던 아나운서가 윤씨에게 ‘반칙패가 주어지겠죠?’라고 물었다. 이에 윤씨는 ‘아마 지도를 줄 겁니다’라고 했는데 그 순간 심판이 반칙패를 선언하더라는 것.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어요. 그래도 유도엔 자신 있었는데 아마추어 수준인 아나운서보다도 못했으니….”

방송을 시작한 뒤 밤잠을 설칠 만큼 긴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윤씨는 “방송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면서도 “열심히 해서 내년 아테네올림픽 때 해설을 꼭 맡아보고 싶다”고 말했다.대구=특별취재반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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