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나, 다시 화났어” '헐크' 7월 4일 개봉

입력 2003-06-26 17:35수정 2009-10-1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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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으로 무대를 옮긴 숱한 만화의 영웅 가운데 ‘헐크 (The Hulk)’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리안 (李案)감독이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액션 영화에도 남다른 스타일과 철학적 깊이를 담아내는 리안 감독은 초인적 능력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인 괴물 헐크를 어떻게 형상화해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리안 스타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다.

제작비만 1억2000만 달러를 들였고 20일 미국에서 개봉하면서 흥행 1위에 오른 ‘블록버스터’답게 ‘헐크’에서 액션의 규모는 장대하고 물량 공세도 대단하다. 그러나 리안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인물들의 내면, 갈등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혜안은 찾기 어렵다.

과학자 브루스 배너 (에릭 바나)는 부모가 모두 죽고 과거는 베일에 싸여 있으며, 연인이었던 동료 과학자 베티 로스 (제니퍼 코넬리)와도 잘 지내지 못한다. 우연한 사고로 감마선에 노출된 뒤 그는 자기 안의 녹색 괴물 헐크를 발견한다. 어느 날, 죽은 줄 알았던 브루스의 아버지 데이비드 (닉 놀테)가 나타나고, 브루스는 분노를 느낄 때마다 헐크로 변신한다. 오래 전부터 브루스를 의심해온 베티의 아버지 로스 장군 (샘 엘리엇)은 헐크를 잡기 위해 군대를 동원한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프랑켄슈타인’등을 모두 결합해놓은 듯한 만화의 영웅 ‘헐크’. 이제 스크린으로 만나 볼 수 있게 됐다. 사진제공 UIP코리아

TV 시리즈로도 잘 알려진 영화 ‘헐크’를 보며 관객들이 궁금해 할 대목은 헐크의 생김새, 옷이 찢어지면서 일어나는 헐크의 변신 과정 등이다.

영화 시작 30여분이 지난 뒤에 등장하는 디지털 캐릭터 헐크의 전체적 실루엣은 고무 인형 같다. 그러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리기 가장 어려운 대상이 사람의 피부라는 기술적 한계를 감안한다면, 디지털 캐릭터의 생경함 자체가 결정적 약점은 되지 않는다.

헐크가 맨손으로 헬기와 싸우고 샌프란시스코의 언덕길을 초토화하는 등의 액션 장면들이 주는 시각적 쾌감은 상당하다. 브루스에서 헐크로, 헐크에서 브루스로 변신하는 과정의 컴퓨터 그래픽은 꽤 정교한 편이다. 만화책처럼 화면을 분할하는 등 편집 기교도 영화에 독특한 분위기를 덧씌운다.

그러나 리안 감독은 ‘헐크’를 ‘생각하는 액션 영화’로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복선을 깔았고, 그로 인해 발목이 잡힌 듯한 인상을 준다.

한 사람 안에 들어있는 브루스와 헐크 뿐 아니라 브루스와 베티, 브루스와 아버지, 베티와 베티의 아버지, 브루스의 아버지와 베티의 아버지 등 등장 인물의 관계는 모두 극심한 애증을 내포하고 있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았다는 인상을 주는데도 정작 그 이유와 증오의 실체는 모호하다.

주연인 에릭 바나의 밋밋한 표정 연기도 주인공의 운명에 관객이 공감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헐크로의 변신을 저주하면서도 그걸 점점 즐기게 된다고 브루스가 고백하는 순간에서조차 그의 이율배반적인 감정의 갈등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전체 관람가. 7월4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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