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베를린영화제 ‘동승’ 현지반응…"영상미 뛰어나"

  • 입력 2003년 2월 11일 18시 28분


코멘트
동자승의 눈에 비친 세상을 그린 한국 영화 ‘동승’(童僧)이 제 53회 베를린 영화제 아동영화제부문에 출품돼 10일 오후(현지시각) ‘초 팔라스트’ 극장에서 상영됐다.

‘동승’은 동자승 ‘도념’(김태진)이 자신을 절에 맡기고 떠난 어머니를 기다리며 도를 깨우쳐가는 과정을 그렸다. 즐겁게 살아가는 또래를 보며 한없이 속세를 동경하는 주인공의 갈등을 묘사하고 있다. 경북 안동 봉정사 등 한국의 동양적 자연풍광을 아름답게 펼쳐냈다. 한국 개봉은 4월 예정.

1000석 규모의 객석을 가득 메운 현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 오랫동안 박수갈채를 보냈다. 릴리안 스퍼양(13)은 “어린이의 슬픔과 행복 사이에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영화에 대한 독일인들의 관심은 영화가 끝난 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도 이어졌다. 150석의 소극장에서 열린 대화 시간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관객들이 다수 참석했다. 한 관객은 “불교를 소재로 했으나 ‘모정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정서에 호소한 작품”이라며 “보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토마스 하일러 아동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심사위원들이 이 영화를 본 뒤 5분간 침묵이 흘렀고 그제서야 사람들이 울기 시작했다”며 “스토리가 탄탄하고 영상미가 빼어나 개인적으로 출품작 중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승’은 주경중 감독의 데뷔작. 자금난 때문에 이 영화를 완성하는데 7년의 세월이 걸렸다. 주감독은 1993년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부활의 노래’(이정국)를 제작하기도 했다. 그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디지털적’ 영화 속에 ‘동승’처럼 ‘아날로그적’ 영화가 신선한 의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념’역의 김태진군(13)은 영화 상영 뒤 가장 주목받았다. 승복을 입고 나타난 그에게 관객들이 줄지어 사인을 받았다. 김군은 150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오디션에 합격해 베를린까지 오게 됐다. 그는 “기독교 집안이라 불교 영화를 찍는 것에 대해 어머니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고 무척 기뻐했다”며 “감정을 잡기 위해 촬영 내내 엄마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