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방송사 가을개편 기존 프로 '재탕 삼탕'

  • 입력 2002년 11월 17일 17시 26분


KBS2의 심야 버라이어티 쇼 '김용만 박수홍의 특별한 선물'.사진제공 KBS

KBS2의 심야 버라이어티 쇼 '김용만 박수홍의 특별한 선물'.사진제공 KBS

가을개편에서 각 방송사의 교양 오락프로그램이 간판만 바꾼채 기존 프로그램을 재탕 삼탕해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SBS의 ‘신동엽 김원희의 헤이헤이헤이’중 출연자들에게 O, X 퀴즈를 내고 틀린 사람의 의자가 뒤로 넘가는 ‘공포의 의자토크’는 SBS ‘쇼!일요천하’에서 주영훈과 핑클이 펼쳤던 ‘발바닥을 들어라’와 같은 형식. 더구나 이 프로그램은 일본 후지TV의 가요프로그램 ‘HEY!HEY!HEY!’의 제목을 베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회사원 이영환씨(29)는 “의자 넘어지는 것도 일본에서 본 것이랑 똑같다”며 “제목까지 표절하는 것으로 보면 제작진의 양식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BS측은 “일본 프로그램 제목을 따온 것이 아니라 자우림의 가요 ‘헤이헤이헤이’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KBS2TV ‘김용만 박수홍의 특별한 선물’의 경우 두 MC가 자신이 준비한 진기한 비디오를 서로 보여주려고 경쟁하는 프로그램. 시청자들은 “뭐가 ‘특별한 선물’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북한에서 제작한 ‘사자와 곰의 결투장면’, 미스테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이미 여러차례 방영돼 가짜로 판명된 ‘외계인 해부하는 장면’ 등 과거 방영됐던 비디오를 재탕, 삼탕 보여줘 식상한 화면이 많다. 대결에서 진 MC가 ‘유치한’ 벌칙을 받는 것이나 갓 결혼한 개그맨 김국진 이윤성 부부의 신혼집을 새벽 2시에 찾아가 노닥거리는 장면도 당사자들의 불쾌한 표정이 역력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재연드라마’와 ‘토크쇼’를 가미한 오락프로그램은 중복사례를 일일이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남희석 장나라가 진행하는 KBS2TV ‘결혼이야기’에서는 MBC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에 소개됐던 사연이 재연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Mock’(흉내)+‘다큐멘터리’란 합성어로 ‘모큐멘터리’를 표방한 KBS2TV ‘두뇌쇼 진실감정단’도 재연드라마가 사실일까, 진실일까 평가하는 방식은 SBS ‘진실게임’ 이후 방송가에서 자주 나오는 것이어서 진부하다는 반응이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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