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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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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 벌칙, 어법에 안맞는 용어나 반말투, 동물 학대로 얼룩지고 있는 주말 오후 시간의 오락프로그램들. '가족과 함께 보긴 민망하다' '특정 MC에 대한 구타가 심하다'는 등 부정적 반응 속에서도 '꿋꿋이' 방영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나마 SBS는 7월 중순 부분 개편을 통해 ‘연예인 떠벌리기’를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KBS2 ‘자유선언 토요대작전’(토 오후 6시)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일 오후 6시), MBC ‘목표달성 토요일’(토 오후 6·10) ‘일요일 일요일 밤에’(일 오후 6·10), SBS ‘솔로몬의 선택’(토 오후 6·50) ‘진기록 팡!팡!팡!’(토 오후 5·50) 등을 분석했다.
▼KBS MBC 주말 오락물의 실태▼
MBC ‘목표달성…’이 최근 방송한 ‘천생연분’ 코너에서 MC 강호동과 출연자 정재용 윤정수 등은 반말이 예사다.
김정화가 “정다빈이 이 코너에 나가면 강호동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고 하자 강호동은 “다빈이 누구지? 골다빈?”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정재용은 “파마 머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고 묻자 “‘헤갈’하고 자면 안된다”며 어법에맞지 않은 말을 한 뒤 “헤갈은 나만 쓴다”며 억지를 부렸다.
‘JTL의 개 두 마리’ 코너에서는 그룹 ‘JTL’이 애견 전용 수영장에서 개를 수영시킨다며 개의 네 발을 붙잡고 스트레칭을 시키는 등 억지 상황을 연출했다.
KBS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에서는 여고생 교복을 입은 강호동 이휘재 유재석 김한석이 끝말잇기 게임을 하면서 틀리면 대형 스티로폼 사이에 넣고 누르기 등 엽기적 벌칙을 적용했다. 최근 이 코너에서는 초음파 진단기기로 남성 출연진의 배를 진단하는 등 ‘역겨운’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SBS의 변화▼
SBS는 최근 부분 개편에서 생활속의 법률 상식을 풀어보는 ‘솔로몬의 선택’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몇 타까지 칠 수 있을까’ 등 생활속 궁금증을 쇼 형식으로 푸는 ‘진기록 팡!팡!팡!’ 등을 신설해 다른 방송사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SBS가 개편을 단행한 이유는 1995∼2001년 시청층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주말 가족 시간대의 시청층이 10대에서 30대로 옮겨가고 있고 방송 3사의 주말 오락 프로가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지적 때문.
이 시간대 시청층은 10대 여성 10.3%, 남성 9.7%(1995년)에서 9.6%와 8.5%(2001년)로 줄었고 여성 30대는 11.4% 남성 30대는 9.2%(1995년)였다가 지난해 각각 11.7%와 11.8%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SBS 편성본부 주영호 연구위원(신문방송학 박사)은 “인터넷에 익숙해진 10대는 이 시간대에 TV를 외면하는 반면 30대가 TV의 주시청층을 이루고 있다”고 풀이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시청자 반응▼
이은하씨(SHAMELOVE)는 MBC 홈페이지(www.imbc.com)게시판에서 ‘목표달성…’의 ‘개 두 마리 코너’에 대해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학대”이라고 지적했다. 신지은씨(SPACESJE)도 “스타를 출연시켜놓고 해당 코너가 인기가 떨어지면 또 다른 스타를 출연시키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며 “스타 출연료 대신 프로그램 자체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원(hwangyang)씨도 KBS 홈페이지(www.kbs.co.kr)에서“‘슈퍼TV…’의 ‘MC대격돌’에서 강호동이 유재석을 너무 자주 때려 가족과 함께 보기 민망하다”고 밝혔다.
반면 유정민씨(yu30122)는 SBS 인터넷(www.sbs.co.kr)에서 “주말 오후 TV에는 억지 웃음에 매달리는 프로그램만 있는줄 알았는데 ‘솔로몬의 선택’은 신선했다”고 말했다. 장월성씨(ws0024)는 ‘진기록 팡!팡!팡’에 대해 “그냥 쉽게 넘겨버리는 것들을 추적하고 파헤치는 배움과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청자단체인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은 “공감하지 않는 웃음만 짜내는 볼거리로 주말 가족시간을 때우는 것은 전파낭비”라며 “복잡하고 미묘한 사람의 감정을 감동적으로 자극하는 오락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