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E.T. "20년만에 다시 자전거타고 지구여행"

  • 입력 2002년 2월 17일 17시 37분


《길 잃은 외계인과 그를 고향으로 돌려 보내려는 지구인 소년의 우정을 그린 ‘ET’(The Extra-Terrestrial)가 3월(한국은 4월) 20년 만에 미국 전역에서 재개봉된다. 1982년 개봉 후 20년간 ‘전지구적’으로 7억200만달러의 흥행 기록을 세운 ‘ET’는 80년대 할리우드 SF 영화가 추구해온 외계인과 지구인의 ‘만남’을 상징해왔다. 20년이 지나 다시 우리에게 찾아오는 ‘ET’의 메시지를 가상으로 꾸몄다.<편집자>》

안녕하세요, ET입니다. 들으셨겠지만 제가 올해 지구를 다시 찾아갑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처음 일했던 게 1982년이니까 지금은 저도 나이가 꽤 들었습니다.

예전 그대로 지구를 찾는 건 아니고, 저를 만든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이번에 첨단 3D 기술로 저를 부활시킵니다. 미국에서는 3월22일, 한국에서는 4월 5일 재개봉되는 영화 ‘ET’를 위해 유니버설은 제가 달밤에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그 유명한 장면 등을 내세워 회사의 로고까지 바꾸었답니다.

3월16일 열리는 첫 시사회는 그래미상 시상식이 열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마련합니다. 20년 전 음악을 맡았던 존 윌리엄스가 100명의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사회장에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것은 유성 영화가 등장한 이후 처음입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영화에서 만난 어린 친구들은 고스란히 기억납니다.

왼쪽 검지 손가락을 마주대고 나를 다시 고향으로 보내주겠다던 엘리엇의 헨리 토마스는 이후 잠잠하지만, 앙증맞은 소녀 커티 역의 드류 베리모어는 이후 오랫동안 문제 투성이였죠. 그 똘망똘망하던 애가 마약에 손을 대지 않나, 골초가 돼 이가 누렇게 되지 않나. 그러나 최근에는 ‘미녀 삼총사’(2000년)에 출연하면서 별 탈없이 지내고 있다고 하더군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제 집에 와보셨나요. 비록 저는 살지 않지만 20년 전 영화 속 공간을 재현한 곳인데요, 자전거를 타고 영화에서 일어났던 각종 ‘사건’을 롤러코스터같은 전자동 자전거를 타고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죠.

낯선 저를 구하려던 엘리엇이 정부 당국과 과학자들에게 들켜 도망가다 하늘로 날아 오르죠. 그 하늘에는 전구로 만들었지만 푸른 별이 반짝입니다. 물론 그 건물 밖에서는 실제로 볼 수 없는 하늘이죠.

영화 ‘ET’는 ‘꿈’이고 ‘하나 됨’이죠. 미지와의 만남은 결국 지극히 일상적인 감성으로 엮이고, 결국 어느 별에서 왔는 지와 상관없이 통하는 거죠. 최근 개설된 저의 20주년 기념 인터넷 사이트(www.et20.com)를 보니 ‘ET의 친구들’(Friends of ET)이라는 카테고리가 유달리 눈에 띄더군요. 저에 대해 들은(때로는 지어낸) 이야기와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리면 그것을 한데 엮어 네티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 카테고리는 20년 후에도 ‘하나 됨’이라는 영화 의 메시지를 다시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20주년 재개봉작의 하이라이트는 3D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이전에 없던 장면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스스로 목욕하는 장면이 추가됐고, 내가 우주선을 타고 고향 행성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색보정을 통해 ‘화이널 판타지’처럼 실사에 가깝게 담아냈습니다. 82년 개봉 당시 “시간이 길어진다”며 삭제됐던 장면도 10여개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3D로 제 이마의 주름살은 펴지지 않듯이, 영화 ‘ET’의 감성은 바뀔 리 없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왔으나 저는 여전히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다닐 겁니다. 곧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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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 이후 외계인 캐릭터 변천사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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