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뮬레이션 게임'심즈', 해외선 '펄펄' 국내선 '설설'

  • 입력 2002년 1월 20일 17시 34분


게임은 제작자의 정서와 이념이 담긴 문화상품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인기를 몰고 있는 게임이라도 국내팬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심즈’.

EA의 휴먼시뮬레이션 게임 ‘심즈’는 3년 연속 베스트셀러 PC게임 자리를 노리면서 신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2000년 2월에 발매된 이래 3개의 확장팩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1100만장이 넘게 팔렸고 11일에는 게임사상 초유의 4번째 확장팩 제작계획이 발표됐다.

북미시장의 PC게임 판매차트(NPD Techworld)를 보면 1위에서 10위까지 ‘심즈’가 4개나 차지하고 있는데, 4번째 확장팩이 나오면 차트의 절반이 ‘심즈’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온라인 버전의 ‘심즈 온라인’도 올해 안에 서비스될 계획이어서 ‘심즈’가 3년 연속 최다판매 게임이 되리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대접이 다르다. 국내 차트 1위 자리는 1998년 이후 블리자드의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액션롤플레잉 ‘디아블로2’가 바통을 이어가며 독차지했고 ‘심즈’는 10위권 유지도 힘든 상태이다. 확장팩 3종을 포함해 ‘심즈’는 국내에서만 15만개가 팔렸는데 이는 전세계 판매량의 1.3%에 불과한 것.

세계 3위권의 국내 PC 게임시장의 규모를 봐도 그렇고, EA의 전략게임들이 전세계 판매량의 10% 정도가 국내에서 소화되는 것에 비하면 무척 부진한 셈이다.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소비층이 다르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NPD 그룹이 조사한 2001년도 소비자 설문에 의하면 PC게임을 구입하는 사람의 53%가 여성이다. 90% 이상을 남성이 차지하는 국내와 대조적이다. 코릴라닷컴에서 심즈 팬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신소영씨는 “심즈라는 게임은 바비인형놀이와 비슷해서 여성팬이 많고 연령대도 아주머니부터 초등학생까지 다양하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서적으로 이질감을 준다는 것도 큰 약점. 캐릭터가 전형적인 서양인이고 가구며 생활용품 행동방식 모두가 국내정서와는 동떨어져 첫인상에서부터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팬들이 칠보가구 하회탈 등 우리전통의 물품을 만들어 공유하기도 한다.

게임환경도 한 가지 요인이다. 미국은 집에서는 데스크탑보다는 노트북을 사용해 저사양 게임이 선호하는 편이고 PC 게임보다 비디오게임을 주로 이용하지만 국내에서는 비디오게임이 유통되지 않았고 PC방이 있어 선호하는 장르와 문화가 달리 발전하게 되었다.

김승규·게임평론가 game4kimsk@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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