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월 13일 17시 2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수요예술무대’는 국내 최장수 음악 전문 프로로 음악 마니아들의 갈채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여기까지 끌고온 이들은 한봉근 PD와 절묘한 MC 콤비를 이루는 김광민 이현우. 특히 한 PD는 10년간 한차례도 빠짐없이 이 프로그램을 지켰고 김광민은 93년부터 진행을 맡아오고 있다. 이현우는 97년에 가세했다.
8일 밤 400회 녹화가 끝난 뒤 뒷풀이 장소에서 한PD는 지난 10년의 감회를 털어놓았다.
“한국에도 수준있는 음악프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개편 때마다 윗 분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뺐죠. 조금 과장하자면 싹싹 빌었어요.(웃음)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걱정없지만.”
400회 녹화에서 김광민은 이날 출연한 배철수에게 “시청률이 0%가 나온 적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철수는 “애국가도 소숫점이 나오는데 그 정도도 안됐냐”고 맞장구쳤다. 이는 ‘수요예술무대’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프로의 트레이드 마크는 김광민과 이현우의 어눌한 진행.
“그 때문에 방송 초기 ‘진행을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우리 셋이 억지로 세련미를 풍기지 말자는데 동의했어요. 말보다 음악을 내세우는 프로이기 때문이죠.”(이현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의 상업주의로 흐르자 김광민은 목소리가 커졌다.
“근본적 문제는 음악과 음악인을 ‘상품’으로만 보려는 스타 시스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음악을 고민하는 이들이 출연하는 ‘수요예술무대’는 대안이기도 합니다.”
세 남자의 팀웍 중심에는 87년 요절한 가수 유재하가 있다. 한 PD는 당시 유재하 음반을 만든 제작자였고 김광민은 유재하와 절친했던 사이.
“재하는 뛰어난 음악인이었어요. (김광민과 이현우를 바라보며) 야, 여기서 재하 노래 안 들을 수 없잖아?”
한PD는 DJ에게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신청했고 그 노래가 나오는 동안 유재하와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날 뒷풀이 장소에서 이들의 대화는 이렇게 새벽 2시가 넘도록 이어졌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