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배창호감독 인터뷰

  • 입력 2001년 11월 9일 21시 59분


부산영화제조직위 제공
부산영화제조직위 제공
제 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흑수선'의 배창호 감독.

시사회를 마치고 만난 배창호 감독은 분단의 역사, 그 속에 묻혀 있던 미스테리, 비극의 세월을 살아가는 인간의 슬픔, 이 모든 것을 담고 싶었던 영화 '흑수선'을 떨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소개했다. 선굵은 느낌을 강조하는 감독,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감독.

안성기 인터뷰

상영이 끝난 후 박수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영화관의 음향시설에 더 신경을 쓰며, 개막식에서의 상영을 걱정하는 모습에서는 스크린에 인생을 담아내는 감독으로서의 완숙미가 묻어나고 있었다.

다음은 배창호 감독 일문일답.

-'흑수선'이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은 언제 알게 됐는지

▲우선 올해 영화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개막작은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우리 영화라는 사실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흑수선' 이 아닌 다른 영화도 거론됐지만 제작일정과 앞서 언급한 요건들에 '흑수선'이 가장 알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흑수선'에서는 미스테리의 핵심인 살인범을 상영시간이 절반 정도 지난 시점에 이미 알 수 있었는데 관객이 어느 정도 시기에 범인을 알아챌 것이라 생각했는지

▲범인이 직접 밝혀지기 전까지로 생각하고 잇었지만 미리 알았다면 그것은 기자의 능력이 뛰어나거나 내 머리가 나빴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웃음). 하지만 '흑수선'은 극적 미스테리에만 집중하는 스릴러 영화가 아니라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비극적인 정서에 치중하는 영화다. 미스테리가 밝혀지는 시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50년의 공간이 배우들에게 충분히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흑수선'의 50년 세월은 배우들의 주름살이나 목소리 등 극사실주의적 표현이 아닌 느낌으로써 이해했으면 한다.

-최근 '쉬리', 'JSA'등 우리 영화들이 세계 시장에서 호평을 얻고 있는데 '흑수선'은 기획단계에서 해외진출을 염두에 뒀는지

▲'흑수선'에서 다루고 있는 한국전쟁이라는 소재는 진지함과 스펙터클 등 우리나라만이 가진 흥미로운 소재다. '흑수선'은 해외에서 흥행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등의 형사 스릴러의 장르와 남북관계의 주제를 배합한 영화라 해외에서도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를 보고 관심을 갖는 해외 영화인들에게는 언제나 다가갈 준비가 돼 있다.

-우리 영화의 대표적인 감독으로서 최근 한국영화의 추세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가벼운 소재의 영화가 대중성을 얻고 있는 현실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소재든지 골고루 나와서 우리 영화의 다양성을 더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기쁘고 연일 흥행 신기록을 경신하는 일들이 우리 영화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문화를 단 한가지의 현상으로 규정짓는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특별히 내가 바랄 것이 뭐 있겠나. 우리 영화, 나아가 아시아 영화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한 부산국제영화제의 발전에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 지원금 등의 예산이 깍였다는 소식을 접해 안타깝다. 21세기 문화국가로서 발돋움하는 지금 시점에서 영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감독의 입장에서 부산이라는 도시를 촬영지로서 어떻게 느끼시는지

▲우선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다. 최근에는 시 행정당국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작업을 하기에 더욱 편리해지고 있다. 또한 무엇보다도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현실을 앞서 미래를 반영하는 매체라고 한다. '흑수선'을 통해 느낀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는 통일 시대에 걸맞는 영화적 계획을 갖고 있는지

▲희망적인 남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이산가족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도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의 일환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도 통일의 상처를 치유하는 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남쪽 영화인으로서 남북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북을 직접 방문해서 촬영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고, 나 역시도 그런 계획을 이미 추진중이다.

변휘/동아닷컴 객원기자 hynews69@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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