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김민선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드라마 영화 종횡무진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32분


얼마 전 기자는 방송사 PD들과 박진영의 최신곡 ‘음음음’의 뮤직비디오를 함께 봤다.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미래의 화성까지 배경이 흘러가는데 박진영의 파트너로 나온 ‘여성 댄서’의 춤사위가 도드라졌다. “제법인데”라는 탄성부터 “박진영이 자기랑 비슷하게 ‘유인원(類人猿)’ 계열의 아가씨를 불러냈다”는 농담까지 이어졌다. 이 아가씨가 바로 김민선(22·동덕여대 방송연예과)이다.

구인난에 허덕이는 방송가에서 요즘 김민선은 그야말로 폭풍처럼 휘젓고 다니고 있다.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오전 방송시간대를 평정하고 있는 SBS 아침드라마 ‘이별 없는 아침’(월∼토 오전8·25)을 시작으로, 15일 첫 방송한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어’(토일 밤8·00)에서는 정준을 놓고 한고은과 대결하는 역으로 나온다.

1999년 영화 ‘여고괴담 2’로 데뷔한 그는 이요원 등 여배우 3명과 함께 영화 ‘아프리카’(11월 개봉 예정)를 촬영 중이다.

이런 스케줄 때문에 촬영차 머무르는 도시만 서울 부산 강릉 등 세 곳. 적은 수면시간(대개 밴 안에서 하루 평균 3시간)도 그를 괴롭힌다.

“가끔은 내가 지금 어떤 역을 하고 있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웬만한 미스코리아 출신들도 추풍낙엽처럼 사그러드는 연예계에서 김민선은 분명 미인형은 아니다. 그녀에게 “꼭 닮았다”며 ‘낙타’라는 별명을 붙인 선배 연기자도 있다. 늘씬(168㎝, 47㎏)하지만 몸매의 요철이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인기 상승은 ‘생활적’이고 ‘잘 어울려 놀 것’ 같은 이미지가 득세하는 요즘 연예계 흐름과 연결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제가 그 정도예요? 하긴 수더분하고 전∼혀 부담 없는 인상이기는 하죠”. 그러면서도 김민선은 “그 평가는 좀 섭하네”하며 사방을 훑었다.

‘이별 없는 아침’에서 함께 연기 중인 한 중견 탤런트는 “마치 욕구 불만인 듯 닥치는 대로 계속 뭔가를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이라고 김민선에 대한 인상을 전한다.

그는 TV 속에서 평일 아침에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버지가 자기 집안을 거덜낸 것을 알고 갈등하는 ‘신파형’ 여인이었다가, 주말 저녁에는 교복입고 설쳐대는 철딱서니 없는 소녀로 변신한다. “아직 어느 이미지가 저한테 제격인지 모르니까 일단 맡겨 주시는 대로 해내야죠. 투정은 그 다음이고.”

1남 4녀 중 막내인 김민선은 네 자매 모두가 연예계와 관련 있는 것으로도 방송가에서 유명하다.

맏언니는 얼마 전까지 패션 모델로 활동했고, 둘째 언니는 SBS 쇼 탤런트 출신으로 현재 안무팀 ‘프렌즈’에서 활동 중. 셋째 언니는 헤어 디자이너다. 박진영과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춤은 둘째 언니가 가르쳤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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