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재회한 '개그 부부' 이봉원 박미선 부부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23분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서도 외곽에 자리잡은 ‘덕이동’. 주변은 아직 개발이 덜 된 상태라 모던한 느낌의 2층 주택 한 채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이 곳이 바로 개그맨 이봉원 박미선 부부가 부모님과 두 아이와 함께 사는 집이다.

12일 밤 8시, 조금 늦은 방문에도 이들 부부는 특유의 웃음으로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1993년 SBS ‘웃으면 좋아요’의 ‘철없는 아내’ 코너에서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이들 커플의 사는 방법이 궁금해 이 집을 찾았던 것.

◇3개 프로 맹활약… 일본 유학 남편 내조

#한 사람이 놀면 다른 사람은 벌어야 한다

박미선은 현재 KBS 2TV ‘행복채널’과 SBS 시트콤 ‘골뱅이’, MBC ‘사랑의 스튜디오’ 등에 겹치기 출연 중이다. 일주일 중 5일을 방송사에 ‘저당’잡힌 꼴. 힘들지 않느냐고 하자 “재미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토크쇼는 예전부터 하고 싶은 프로였고요. 시트콤은 ‘순풍 산부인과’ 때부터 재미를 들였고, ‘사랑의 스튜디오’는 사람들을 맺어주는 프로여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어요.”

아내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이봉원이 무심하게 한 마디 한다. “한 사람이 수입이 없으니 나머지 한 사람이라도 벌어야죠. 방송하는 김에 좀 더 해봐.”

남편의 말에 박미선도 박장대소한다. “그건 그래요. 이제 백수가 돌아왔으니 저는 놀아야겠네요”라고 맞받아친다.

결혼 9년째지만 이들 부부에겐 ‘권태기’가 없다. 각자 방송 활동하느라 늦은 밤에나 얼굴을 마주칠 수 있었고, 그나마 이봉원이 1999년 3월 일본 유학을 떠나 떨어져 살면서 만년 신혼 같은 느낌을 갖게 된 것.

◇내달 방송 복귀…프로덕션 구상

#이봉원, ‘B-One 프로덕션’ 사장되다

이봉원은 10월2일 KBS 2TV에서 추석특집으로 방영하는 ‘고향노래 제작본부’(오전 11·00)로 국내 방송에 복귀한다. ‘고향노래…’에서 출연은 물론 야외 연출에도 도전하는 그가 맡은 부분은 강화도에 사는 할머니와 수년 째 떨어져 지내던 자식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감동적인 장면. 일본 ‘도쿄 비주얼 아트 스쿨’ 연출학과에서 1년 동안 수학한 경험을 살렸다.

“일본에서는 드라마와 콩트 연출을 배웠어요. 이번에 한국에서 연출한 부분은 현장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쉬운 편이지요. 내년 3월까지 계약된 일본 NHK의 ‘한글 강좌’만 마치면 ‘큰 일’ 한번 터뜨릴 겁니다.”

그가 얘기하는 큰 일이란 자신의 프로덕션 ‘B-One’(봉원 혹은 베스트 원이라는 의미란다)이다. 이미 서울 잠실에 임시 사무실을 마련했고 버라이어티쇼나 개그맨들이 꾸미는 시트콤 등 프로그램 제작 밑그림도 그려놓았다.

◇"잘 안되면 둘이 토크쇼 하나 만들지"

이를 바라보는 박미선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진다. “걱정이에요. 이 사람말 들으면 당장에 이루어질 것 같지만 외주 프로덕션이 방송 따기가 어디 쉬운가요. 멀리 바라보고 차근차근 진행해야지요.”

그러자 이봉원은 “걱정마. 안되면 우리 둘이 진행하는 토크쇼 만들면 된다”며 웃어 넘겼다.

#성역 없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

개그맨에서 프로덕션 제작자로 거듭난 이봉원은 일본에서 10평 남짓한 원룸에 살며 일본어를 익혔고 연출을 공부했다. TV를 통해 일본 코미디를 접한 것도 큰 소득 중 하나였다.

“일본은 심의라는 게 없어요. 성(性)을 자유롭게 소재로 다룰 수 있고, 판사나 의사도 코미디에 수시로 등장해 웃음을 선사합니다. 반면에 우리는 도둑이나 농어민이 코미디의 주요 소재일 정도로 이른바 ‘가진 사람’ 다루기가 어려운 실정이어서 아쉬워요.”

일본에서 이봉원은 숙식을 혼자 해결했다.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손수 빨래하고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부대찌게와 계란찜 요리는 먹어본 사람이 기절했을 정도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개그맨 부부의 웃음철학

그래도 박미선은 돌아온 남편이 있다는 게 마냥 행복한 얼굴이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 매일 전화하고 2∼3개월에 한번씩 서울과 도쿄를 왔다 갔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가까이 마주하는 것과 어찌 비교할 수 있을까.

늦은 밤, 자리를 뜨며 마지막으로 개그맨 부부의 웃음 철학을 물었다. 이봉원이 “웃음이란 희노애락을 모두 안고 가는 것”이라고 말하자 박미선은 “웃으면 복이 온데요”라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