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진실게임' 100회, 가짜가 판치는 즐거운 '속임의 잔치'

  • 입력 2001년 8월 13일 18시 53분


SBS TV ‘이경실 이성미의 진실게임’(매주 금 오후7시10분)이 17일로 100회를 맞는다. 1999년 7월 첫 방송된 이 프로그램은 ‘가짜같은 진짜인물’과 ‘진짜같은 가짜인물’을 함께 출연시킨 뒤 연예인 패널로 하여금 ‘진짜’를 가려내도록 하는 포맷으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 ‘진짜’로 밝혀지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로부터 패널들과 출연자들이 ‘짜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100회를 맞아 70분 특집으로 꾸며지는 촬영현장에서 그 ‘진실’을 알아봤다.

#‘진짜와 가짜’를 위한 분장실

경기 고양시 SBS 일산제작센터 분장실. 오전 10시부터 일반인 출연자들이 분장과 리허설을 시작했다.

오프닝게임인 ‘누가 진짜 24살인가’에는 50여명의 일반인 지원자 중에서 남녀 출연자 8명이 선발됐다. ‘가짜’ 출연자들은 가면으로 얼굴만 가리면 24세 청춘의 몸매를 지녔다고 자부하는 40세 이상 남녀들로 71세 노인까지 끼어있었다.

연출자 최영인PD가 들어와 “연예인 패널들의 질문에는 손짓, 몸짓으로만 답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자 노인 출연자는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라고 능청을 부렸다.

메인게임인 ‘누가 진짜 남자 혹은 진짜 여자일까’의 분장실에는 남자를 자처하는 5명, 여자를 자처하는 7명의 출연자가 있었다. 게임내용은 이들 12명의 자칭 ‘남자’와 ‘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패널들에게 ‘진짜’를 찾아내도록 하는 것. 이들은 각각 자신이 남자와 여자임을 내세우지만 ‘진짜 여자’ 혹은 ‘진짜 남자’는 이들 가운데 한사람뿐이다.

한 여자(?)는 사진을 찍자고 하자 “어머머 안돼요, 아직 스타킹도 안 신었는데”라며 펄쩍 뛴다. 청주에서 올라와 전날 근처 여관에서 합숙훈련까지 했다는 여장 남학생은 “부모님은 모르시니까 기사 쓸 때 꼭 익명으로 해달라”고 애교를 섞어 사정 사정했다.

낮 12시 패널들에게 노출되지 않기 위해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하던 출연자 한명이 결의를 다졌다.

“난 꼭 끝까지 살아남고 말거야.”

#패널, 그들만의 분장실

낮 12시반경 일반 출연자 분장실과 별도로 마련된 분장실에 연예인 패널들이 모여들었다. 사회를 맡은 이경실과 이성미, 고정패널인 개그맨 김수용과 지석진, 이홍렬, 조혜련 등이 나타났다. 이들은 아직 이날의 게임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혜련은 “맞춘다고 상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미리 알려고 하겠어요”라며 “몰라야 게임을 푸는 재미가 있죠”라고 말했다.

이경실과 이성미는 오후 1시경 프로그램 진행 대본을 받아들었다. 이들에게도 기본적인 상황설명과 기초적인 질문내용만 전달될 뿐이었다.

오후 1시15분경 최영인PD가 패널들에게 게임내용을 간단히 설명했다. 메인게임이 남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말에 김수용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남녀구별에선 한번도 틀려본 적이 없어요. 눈빛만 보면 알 수 있거든요. 못맞추면 내가 ‘게이’인거죠.”

#녹화장

패널인 가수 김건모가 지각하는 바람에 녹화는 오후 2시경 시작됐다. 김수용 조혜련 지석진과 정신과의사 표진인 등이 베테랑팀으로, 최근 패널에 동참한 이홍렬 김건모 강성훈 이재은이 초보자팀으로 나뉘어 녹화에 들어갔다.

녹화는 생방송 못지 않게 긴장감이 넘쳤다. 먼저 오프닝게임에서 김건모가 제작진이 예상못했던 양말에서 힌트를 얻어 진짜 24세를 찾아냈다.

메인게임에선 베테랑팀과 이홍렬이 노련미를 발휘하며 가짜들을 쏙쏙 가려냈다. 한 여장남자는 장기자랑으로 춤을 추다가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드러내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가짜를 솎아낼 때마다 패널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감돌았지만 결국 ‘진실의 주인공’을 찾아내지 못했다.

‘진실의 주인공’이 밝혀진 순간, 이경실의 입에서 “어머, 어머”라는 소리가 터져나왔고 순식간에 ‘게이’가 되고만 김수용도 입이 벌어졌다. 이경실이 “어머, 너 정말 이상한 애다”고 말하자 주인공은 “이상하니까, 여기 나왔죠”라며 의기양양해 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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