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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4월 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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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최근 ‘공영방송’을 무색케 하는 시청률 위주의 편성 및 제작 태도를 보이고 있다. MBC는 4일 첫 방영되는 새 수목드라마 <호텔리어>를 홍보하기 위해 유례없이 ‘드라마 전야제’격인 ‘호텔리어 쇼’를 편성하고 녹화까지 마쳤으나 이를 다시 취소하는 소동을 빚었다.
3일 밤 10시55분 방영 예정이었던 ‘호텔리어 쇼’는 배용준 송윤아 김승우 송혜교 등 드라마 ‘호텔리어’의 출연진을 총 동원해 만들었다. 드라마 ‘호텔리어’에 관한 얘기와 스타 ‘몰래 카메라’ 코너 등으로 꾸며졌다.
MBC는 이 쇼를 편성하기 위해 평소 대표적인 시사 교양프로그램으로 자랑해 온 ‘PD수첩’을 뺐다. 결과적으로 ‘호텔리어 쇼’가 취소되긴 했지만 ‘PD수첩’은 ‘호텔리어 쇼’ 편성에 따라 방송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3일 방송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리어’의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제작진과 배우들은 부담스러웠지만 간부들이 결정한 일인데다 ‘드라마가 잘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MBC가 거액을 들여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미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도 ‘공영방송 의지’를 의심케 하는 부분. MBC는 박찬호 선수의 등판 경기를 3일 새벽 4시40분부터 중계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아침뉴스 1,2,3부는 방송되지 못한다.
MBC가 박찬호 경기를 모두 중계할 뜻을 밝힌 만큼 일주일에 한번꼴로 뉴스 등 정규 프로그램이 수시로 사라지는 ‘파행 편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른 프로에서도 무리수가 이어지고 있다. 간판 오락물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3월 11일 MC 이경규가 바지를 내린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후 그대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
방송법은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국 내부적으로 사전에 대본 및 영상물 심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사전 심의조차 거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송위원회는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MBC에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일요일 저녁 시간대가 워낙 치열한 ‘전쟁터’이다 보니 PD가 편집에서 거르지 않고 그대로 내보낸 것 같다”며 “하지만 PD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시청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방송 풍토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