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SBS <여인천하>촬영현장

  • 입력 2001년 1월 31일 18시 40분


정난정이 '정경부인'의 직첩을 받고 눈물 글썽이는 연기를 하는 강수연.
정난정이 '정경부인'의 직첩을 받고 눈물 글썽이는 연기를 하는 강수연.
“수연아, 일곱에 눈물을 흘리는거다. 감정 잡고… 자, 됐어. 하나, 둘, 셋…”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햇살마저 서산으로 급히 달려가던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경복궁 강녕전(康寧殿) 앞. 5일부터 방영될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의 야외촬영 현장이다.

보랏빛 당의로 멋을 낸 채 무릎을 꿇고있던 정난정역의 강수연이 김재형 PD의 구령소리에 맞춰 눈물 연기에 들어간다. 넷부터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고 다섯부터는 눈물을 떨구지 않기 위해 눈을 깜박이며 버티더니 ‘일곱’ 소리에야 한방울을 흘려보낸다. 이 장면은 정난정이 문정왕후(전인화)에게 ‘정경부인’의 직첩을 받고 감격해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

“컷, 좋았어. 눈물 닦지 말아. 다음 장면은 눈물 자욱 묻은 그대로 가는 거야.”

김 PD가 차츰 저무는 해에 신경을 쓰자 조명감독이 “더 좋네요, 아주 섹시하게 잡혀요”라고 받는다.

그 순간 강녕전 대청마루에 앉아 강수연의 절을 받는 전인화는 털코트를 뒤집어쓴 채 오들오들 떨며 대사 연습에 한창이다.

그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나와 이미 하루종일 추위에 떨었다. 문정왕후가 후궁들과 상궁나인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하례식장면 때문이다.

100여명 안팎의 궁녀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몇분의 장면을 위해 그녀는 여자들 머리장식중에서도 가장 무겁다는 ‘대수’(무게 3.5㎏)를 눌러쓴 채 10시간 넘게 고생을 했다. 카메라가 멈추면 코디네이터와 매니저가 몰려와 담요를 덮어주고 연신 손과 볼을 비벼주어 그나마 추위를 더는 모습이었다.

인기 출연자들의 사정은 엑스트라의 고생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맞은 편 뜰 앞에 도열해있는 나인역의 엑스트라들은 대열도 흐트러뜨리지 못한채 사방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치마속에 청바지를 껴입고 저고리 소매안에 털장갑을 깊숙이 찔러뒀지만 역부족인 듯 했다.

엑스트라로 나선지 석달 됐다는 김모씨(21)는 “새벽 5시부터 나와 이렇게 하루종일 추위에 떨어야 3만2000원을 손에 쥔다”며 “이런 야외촬영 한번 끝나면 아랫목에서 15시간 이상은 자야 몸이 풀린다”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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