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Now]플래쉬 애니메이션, 3분 폭소영상 E메일의 감초

  • 입력 2000년 11월 28일 19시 21분


회사원 A씨는 최근 친구로부터 온 E메일을 보다가 첨부파일로 붙어온 짧은 동영상만화를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귀여운 토끼가 맥주병을 깨며 곰을 협박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런 동영상만화를 ‘플래쉬 애니매이션’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E메일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종류의 플래쉬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있다. 플래시 애니매이션이란 용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E메일에 붙어오는 짧은 동영상만화를 한두번 받아본 경험이 있을 정도다. 보통 3분미만의 이 동영상물은 조금은 어색하지만 나름대로 애니메이션의 효과를 살려 촌철살인의 웃음을 전달한다.

‘엽기토끼’시리즈로 알려진 ‘마시마로의 숲이야기’나 사회정의를 실천하려는 작대기 인간의 좌충우돌 무용담을 담은 ‘졸라맨’ 등이 대표적 작품이다.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와 ‘텔레토비’의 뽀가 황당한 대결을 펼치는 ‘액션 텔레워즈’ 등 기존 영화를 패러디한 ‘액션시리즈’도 유명작품.

이들 작품 대부분이 올해 발표됐을 정도로 플래쉬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얼마되지 않는다. 플래쉬 프로그램이 1996년 첫선을 보였지만 1997년 매크로미디어사가 내놓은 매크로미디어 플래쉬(Macromedia Flash)를 통해 본격적인 대중화가 이뤄졌을 정도로 프로그램 자체의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8년 5월 출시된 플래쉬 3의 플러그인이 윈도98의 기본 구성 요소로 내장되면서 미국에선 플래쉬 사용자가 이미 수백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선 플래쉬 정품이 2만5000장 팔렸을 뿐, 아직까지는 이용자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국내 플래쉬 작가들은 애니메이션 감독 지망생이나 만화학도들이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E메일을 통해 배포되고 있는 플래쉬 애니메이션은 주로 클럽와우닷컴(www.clubwow.com), 아툰즈(www.atoonz.com)같은 전문사이트나 개인 홈페이지에 뜬 작품 중 인기작들이 다운로드된 것 들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작품을 보며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한다. 플래쉬 애니매이션의 ‘출생지’를 찾아 서울 강남구 개포동 도시개발공사 빌딩 3층의 클럽와우닷컴을 방문했을 때 작업실에서는 70여명이 플래쉬를 통해 만화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플래쉬 애니메이션 제작은 크게 5단계 과정을 거친다.

1단계로 시나리오와 기본 캐릭터를 설정한 뒤 2단계로 이 캐릭터의 동작을 시나리오에 맞게 옮긴 원화와 이 원화의 세부동작을 좀더 정확하게 표현할 동화(動畵)를 그린다. 3단계는 이들 밑그림과 배경그림을 플래쉬 작업파일(FLA파일)로 옮겨 동영상화하는 애니메이팅작업이고 4단계는 MP3파일로 음성이나 음악 사운드를 입히는 과정이다. 마지막은 이 작업파일을 인터넷에서 다운받을 수 있도록 SWF파일로 압축해 띄우는 것이다.

3분 안팎의 작품 한편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4,5명이 일주일 이상 매달려야 한다. 하지만 장편 애니메이션 한편을 완성하는데 몇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속전속결인 셈이다. 심지어 ‘졸라맨’을 만든 김득헌씨(28)처럼 모든 작업을 혼자 하는 경우도 많다. 홈페이지 작품으로 명성을 얻은 김씨는 “시나리오를 쓰고 캐릭터를 만들고 카메라 잡업과 연출까지 맡아 나만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플래쉬의 최대 매력”이라고 말했다. 출판만화와 플래쉬작업을 병행중인 ‘뒷북맨’의 김정한(30)씨도 “3분짜리를 기준으로 플래쉬 작품은 기존 애니메이션에 비해 메모리는 25분의 1, 제작비는 10분의 1도 들지 않아 풍부한 아이디어를 분출할 수 있다”며 플래쉬를 예찬했다.

그러나 플래쉬 애니매이션 제작에는 한계도 많다. 영화 ‘레옹’의 여주인공 마틸다를 등장시킨 액션물을 19부작으로 연결해 70분짜리 극영화로 만든 ‘플라스틱 플라워’의 박정오씨(26)는 “전문가에게는 매력없는 장르”라고 잘라 말한다. 플래쉬의 표현영역이 기존 애니메이션의 60% 정도에 불과한데다 디테일한 표현을 추가하려면 파일의 크기가 커져 다운받기가 어렵다는 것.

액션시리즈의 공동작가인 이충복(29), 최규호(25)씨는 “플래쉬는 기존 애니메이션이 담지못했던 다양한 표현과 아이디어의 실험장”이라면서 “그러나 플래쉬가 실제 상업적 수익과 어떻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생명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플래쉬(Flash) 애니메이션이란?▼

플래쉬라는 특정 프로그램으로 제작돼 인터넷에서 구동하는 동영상만화를 의미한다.

플래쉬는 당초 인터넷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 애니메이션 기법을 손쉽게 응용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다양한 표현 가능성과 간편한 기능성으로 웹에 가장 적합한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라는 찬사를 받고있다.

플래쉬의 가장 큰 특징은 점(도트)들의 집합으로 선을 구성하는 비트맵 방식이 아니라 시작점과 끝점만 표시해주면 그 가운데를 연결하는 선이 수학적 연산을 통해 생성되도록 하는 벡터이미지방식을 채택한 점. 비트맵의 경우 그림을 확대할 경우 해상도가 떨어져 선이 거칠이지지만 벡터이미지는 그림 확대여부에 상관없이 본래 이미지가 깨끗이 유지되면서 메모리 용량은 대폭 줄어든다.

‘모션’과 ‘심볼’ 기능도 플래쉬의 특징. 모션은 하나의 그림속에서 대상물의 시작점과 끝점을 지정해주면 대상물이 그림 안에서 자동으로 이동케 하는 기능이다. 심볼은 특정 캐릭터의 동작을 저장해뒀다가 필요할 때 불러내서 반복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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