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SBS<메디컬 센터>,리얼리티 넘치는 의학드라마

  • 입력 2000년 10월 19일 19시 16분


인간애 넘치는 리얼리티냐 젊은 감각의 멜로냐.

의학드라마가 항상 쫓아야했던 두 마리의 토끼다. 전자에 치중하면 이야기가 도식적으로 흐르고 후자에만 매달리자니 낯부끄럽기 때문이다. 전자로 승부를 걸어서 승리한 드라마가 미국의 ‘ER’이나 ‘시카고 호프’라면 ‘종합병원’이나 ‘해바라기’등 국내 의학드라마는 후자로 승부했다.

물론 ‘허준’같은 예외도 존재하지만 ‘장미병동’이나 ‘깁스가족’처럼 양갈래 길을 오가다 기억조차 희미하게 스러져간 의학드라마가 더 많다.

SBS가 ‘카이스트’ 후속으로 22일부터 선보이는 새 일요드라마 ‘메디컬 센터’(극본 인정옥, 연출 이창한)는 분명 리얼리티를 표방한다. 이를 위해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아닌 전문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고 이야기를 풀어갈 공간 역시 흉부외과와 일반외과 두 축으로 나눴다. 작가는 ‘해바라기’로 이미 의학드라마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았으나 현실감의 밀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4개월여동안 일산병원에서 의사들과 숙식을 같이하는 열의를 보였다.

그녀는 “의학드라마는 휴머니티를 담보로 만들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이나 관계묘사는 되도록 건조하고 냉정하게 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대신 감우성 김상경 이승연 박철 한고은 등 호화 출연진들의 다양한 캐릭터 설정을 통해 극적 재미를 가미해 나갈 계획이다.

의사로서 사명감에 충실하지만 보수적인 승재(감우성), 완벽한 수술솜씨를 지녔지만 바람둥이 기질이 농후한 자유주의자 현일(김상경),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실주의자 가연(이승연), 승재의 친형으로 낭만적 성격 때문에 뒤늦게 의학도의 길을 걷는 영재(박철).

등장 인물간에는 선악 대결 구도같은 것은 없다. 저마다 타고난 성격과 감춰진 내력으로 상처를 주고받고 성장해갈 뿐이다.

이 드라마가 ‘ER’을 닮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멜로 위주로 흘러갈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매회 단회만 출연하게될 수많은 조역을 확보하고 또 고정출연진과 그들과의 앙상블 연기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과제다. 또 민감한 의약분업 문제를 외면한 채 휴머니티 문제로 씨름하는 의사상을 그리는 것이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올지도 의문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