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룰라, 국악-테크로 결합 "룰루랄라"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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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팬들이 많이 안보이던데 어떻게 된 거야?”

“10대 팬들은 방청권 얻어서 들어오는데 우리 팬은 20대이상 이잖냐. 여기 오려면 얼마나 극성을 부려야 하는데…”

18일 오후 SBS ‘생방송 인기가요’ 무대에서 신곡 ‘풍변기곡(風變旗曲)’을 부르고 비지땀을 훔치는 그룹 ‘룰라’의 채리나와 매니저가 나눈 말이다. 채리나는 방청석에 팬들이 많지 않았던 게 서운했던 것.

그러나 일주일전 낸 7집은 이미 20만장을 넘어서 히트 가도에 올라섰다. 그만큼 팬층이 SBS 공개쇼 현장에 오기에는 쑥스러울 정도로 나이가 ‘높은’ 셈이다. ‘룰라’의 관록만큼.

‘룰라’는 94년 데뷔한 이래 표절파문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는 7집을 낼 만큼 ‘장수’한 그룹. 멤버도 이상민 김지현 고영욱 채리나 등 ‘그때 그대로’다. 이상민은 “폭넓은 팬과 다양한 음악을 위해 여러 각도의 변신을 도모하는 게 장수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번 7집의 변화 코드는 국악이다. 머릿곡 ‘풍변기곡’은 국악과 테크노의 접목이 가장 큰 특징. 이상민은 “최근 세계 대중문화계에 유행하는 오리엔탈리즘의 흐름을 한국 노래에 접목시켰다”고 말한다. ‘풍변기곡’은 바람에 휘날리는 깃발에서 울려퍼지는 노래소리라는 뜻으로 고사성어를 연상케한다. 마이크도 국악기 대금을 변형한 것이고 의상은 영화 ‘단적비연수’의 의상과 유사하다. 음반의 첫 수록곡으로는 아예 김지현이 ‘아리랑’을 부르고 가야금 꽹과리 징 장고 북 등의 연주를 가미해 음반의 컨셉을 강조했다.

반면 ‘Summer of Love’‘즐거운 사랑’을 비롯해 다른 수록곡은 라틴 리듬과 레게 등의 장르로 기존 ‘룰라’의 음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같은 음반 구성은 유행을 탄 변화로 신규 팬을 창출함과 동시에 이전 노래로 고정팬을 계속 붙들어둔다는 양동전략.

실제로 ‘룰라’는 이제 어떤 팬에게는 ‘추억의 촉매’다. 채리나의 말.

“스물셋 된 여성 팬이 음반을 들고와 ‘고맙다’고 말했어요. 무슨 뜻인지 어리둥절했는데 ‘룰라’의 노래를 들으면 추억이 떠오른다며 오래 활동하기 바란다고 말하더라구요.”

여기에 18일 10대 초반의 소년 서너명은 이상민이 타고 가던 차가 멈추자 “형! 멋있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이들은 ‘룰라’의 새로운 팬인 셈.

댄스그룹중 최고참인 ‘룰라’.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없을까.

“왜 없겠어요. 솔로로 나갔다가 실패도 하고. 다른 활동도 해봤지만 서로의 틀을 벗어나면 두려울 때가 많아요. 그게 우리가 다시 음반을 내려고 뭉치곤 하는 가장 큰 이유예요.”(채리나)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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