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방송委 '얼굴' 9명 윤곽 드러나…12일 출범 예정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통합방송법에 따른 새 방송위원회를 구성할 방송위원 9명이 사실상 모두 결정됐다. 국회가 6명을 추천한 데 이어 대통령 추천 방송위원 3명도 내정됐으며 이번주 중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위원장과 부위원장, 2명의 상임위원을 호선한다.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위원회는 12일까지 출범해야 한다.

9명 중 김정기(金政起) 현 방송위원장, 조강환(曺康煥) 부위원장, 민병준(閔丙晙) 한국광고주협회장은 대통령 추천 케이스. 또 강대인(姜大仁) 계명대신방과교수, 이경숙(李景淑) 여성민우회대표(이상 민주당 추천), 강영구(姜英求) 전마산MBC사장, 임형두(林炯斗) 전 SBS 제작본부장(이상 한나라당), 방송작가 김석야(金石野), 성우 고은정(高恩晶)씨(이상 자민련) 등 6명은 국회가 추천했다.

이들 중 김위원장과 조부위원장은 업무 연속성을 감안한 인사라는 평. 특히 김위원장은 김창열(金昌悅) 전 위원장 사임 이후 6개월간 ‘과도 체제’를 순조롭게 관리해온 능력이, 조 부위원장은 방송개혁위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방송계 전반에 대해 폭넓은 식견을 갖춘 점이 감안됐다는 후문이다.

민병준 회장의 경우 광고도 방송의 한 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현실적 측면이 고려된 것이라고 정부관계자는 설명했다. 강대인 교수는 방송개혁위 부위원장 등을 지내며 방송위원 후보로 꼽혀왔고 이경숙 대표는 시민단체의 대표성을 띤 인사라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추천인 강영구 임형두씨는 방송사 경영 경력이 감안됐고 고은정 김석야씨는 방송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새 방송위원회는 기존 심의규제 기구의 틀을 벗어나 방송사 인허가권과 방송정책권을 갖는 막강한 권한의 기구로 거듭난다. 또 위원회는 21세기초 본격화할 방송과 통신의 융합, 해외 방송산업의 공세 등에 대비하는 역할도 요구받고 있다.

새 방송위는 이같은 기대를 받는 한편으로 위원들이 추천 정치집단만을 의식할 경우 자칫 이해 관계에 휘둘리는 복마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위원 구성에 대해 “전문성과 개혁성이 의심스럽고 추천도 밀실에서 이뤄졌다”며 비난하고 있어 방송위원회는 출범초부터 ‘시험대’에 오를 것 같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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