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MBC '21세기 음식대전' 수작 평가

  • 입력 2000년 2월 7일 19시 57분


4일간의 TV 설특집 중 가장 돋보인 프로는 MBC 다큐멘터리 ‘21세기 음식대전’이었다. 미국 등의 현지 취재로 우리 음식을 세계인들이 어떻게 보는가를 요령있게 짚었다는 평가. 특히 시청자들은 “한국 음식에 대해 잘 모르는 면을 알려줬다”고 입을 모았다.

관심을 모은 KBS1 다큐 ‘하늘에서 본 국도 7호선-부산에서 고성까지’는 헬기 촬영으로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했으나 지나치게 행진곡풍인 배경음악 때문에 ‘국토순례’ 특유의 잔잔한 감동이 반감돼 아쉬웠다.

드라마는 KBS2 ‘오천씨의 비밀번호’가 수작으로 꼽혔다. 20억원대의 유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가족 간의 암투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했다. SBS ‘백정의 딸’은 무거운 주제였으나 이정길, 추상미의 연기력이 돋보인 작품.

그러나 이번 연휴 특집은 재방이 많거나 급조한 흔적의 프로들이 많아 방송사들의 연휴 특집의 고질인 ‘무성의’를 드러냈다. 영화 부문이 대표적. ‘돈을 갖고 튀어라’ ‘투캅스2’‘트루 라이즈’ ‘총알을 탄 사나이’ ‘머니 트레인’ 등은 TV에서 재탕 삼탕된 영화들이었다.

재방은 다큐 드라마 오락 만화 등 전 장르에 걸쳐 20편이 넘었다. MBC ‘동양의학으로 보는 몸’ ‘세계 속의 블루칩-한국 여성’ ‘섹션TV 연예통신’, SBS ‘아들아 너는 아느냐’ ‘순풍산부인과’, KBS2 ‘아름다운 비밀’ ‘아버지’, KBS1 ‘일요스페셜-백두대간’ ‘신화를 좇는 사람들’ 등. 특히 MBC는 시청률이 낮은 4, 5일 오전 시간대의 대부분을 앙코르로 채우는 ‘편성술’을 발휘하기도 했다.

오락프로도 대부분 기존 포맷에 특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었고, MBC ‘밀레니엄 5대 스타쇼’ ‘10대 가수 극장 노미오와 주리애’ 등은 새로운 기획이었음에도 그다지 신선하지 못했다.

TV 연휴 특집의 ‘무성의’는 매년 되풀이되지만 1, 2년 전부터 더 심해지는 인상이다. 그 까닭은 TV 광고가 넘치는데다 레저 수단의 증가 등으로 특집을 해봐야 시청률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 지상파 방송의 만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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