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추자현 “선머슴이라뇨…애교도 철철 넘쳐요”

  • 입력 1999년 11월 5일 19시 18분


짧은 생머리에 기름 때가 잔뜩 묻은 작업복. 소매까지 걷어붙이면 선머슴이 따로 없는데 “너 나 좋아하니”라며 직설적으로 남자 후배를 윽박지르기까지 한다.

SBS ‘카이스트’(일 밤9·50)에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살려 출연중인 탤런트 추자현(21)이 묘한 중성적 매력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에는 MBC ‘메디컬쇼 인체는 놀라워’(일 오후5·10)의 MC로도 발탁됐다.

“정말 남자같나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아무래도 작품 속의 캐릭터가 강해 어쩔 수 없어요.”

7월 그가 이 드라마에 뒤늦게 합류한 데에는 사연이 있다. 10여명의 후보가 주병대PD와 작가 송지나 앞에서 차례로 오디션을 받았지만 모두 탈락했다. 과제는 대본 읽기와 보이지 않는 남성을 가상의 적으로 여기고 주먹을 힘차게 날리는 것이었다.

송지나는 “다른 후보들이 시늉에 그친 반면 추자현의 동작은 남자 권투선수의 훅에 가까웠다”면서 “체형과 눈빛이 뛰어나 발성법만 제대로 배우면 좋은 연기자가 될 것같다”고 말했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 그는 제작진의 요구가 없었는데도 곧바로 어깨까지 치렁치렁 내려왔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 선머슴으로 탈바꿈했다.

96년 SBS 청소년드라마 ‘성장느낌 18세’로 데뷔했던 그에게 ‘카이스트’는 세번째 출연작.

그는 “‘여자는 남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CF의 카피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애교도 있는 편인데 ‘남성을 때리는’ 여성으로 등장하고 있어 정신적으로 긴장감이 크다”고 말한다. 다른 연기자들이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자동차를 수리하고 무거운 공구를 나르는 장면이 많아 육체적으로도 부담스럽다고.

연하의 남자로 설정된 대욱(곽태근 분)의 짝사랑이 자현의 가슴을 녹일지는 작가 송씨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추자현은 “앞으로 시대극에서 비련의 여인역을 맡아 밝게만 느껴지는 이미지를 깨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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