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영화 2편 잇달아 개봉…욕망뒤에 숨은 性愛 다뤄

  • 입력 1999년 10월 7일 19시 33분


대부분의 사람들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성적(性的) 욕망과 집착을 화려하고 밝은 색채의 화면에 강렬한 톤으로 그려낸 스페인 영화 2편이 잇따라 국내 영화팬들을 찾는다.

9일 개봉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라이브 플레쉬(Live Flesh·신선한 육체)’와 16일 선보일 마누엘 고메즈 페레이라 감독의 ‘당신의 다리 사이(Between Your Legs)’. 제목처럼 영화들도 대담하다. 둘 다 여러 등장인물이 얽히고 설킨 치정극. 그러나 98년 전세계에서 상영된 ‘라이브 플레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98년 세계 10대 영화’의 하나로 꼽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 올초 제작된 ‘당신의 다리 사이’는 7월 부천 국제환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밝은 색채가 화면을 흠뻑 적시는 ‘라이브 플레쉬’는 기괴하고 황당해 대중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먼 대부분의 알모도바르의 영화들과는 다르다. 첫 장면은 프랑코 정권이 지배하던 70년의 스페인 마드리드. 비상계엄령이 내려 정적이 감도는 거리의 버스 안에서 한 창녀가 아이를 출산한다. 마지막 장면은 그로부터 26년 후 시끌벅적한 마드리드의 거리. 버스 안에서 태어나 성장한 빅토르와 그의 아내는 이제 택시 안에서 아이를 맞게 된다.

두 출생의 사이에는, 뭔가 하나씩 잃어버린 등장인물 다섯명의 욕망이 맞부딪히는 복잡한 게임이 펼쳐진다. 알모도바르는 에로틱한 탐욕과 죄의식, 편집증적인 집착과 순수함을 솜씨좋게 뒤섞어 요리해낸다.

짖궂고 뒤틀린 유머의 영화들로 ‘스페인의 악동’으로 불렸던 알모도바르는 이제 세상과 화해하기로 결심한 것일까? 그는 5월 칸 영화제에 감동적인 드라마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출품해 감독상을 타기도 했다.

‘당신의 다리사이’는 섹스 중독증 환자 치료 모임에 나갔다가 눈이 맞아버린 남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성적 집착과 배신, 살인과 완전 범죄를 스릴러 기법으로 다뤘다.

‘라이브 플레쉬’에 주연급으로 나오는 배우 하비에르 바뎀이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다. 무엇보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여배우 빅토리아 아브릴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는 억누를 수 없는 성적인 욕망과 이를 억제하려 애쓰는 모습을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빼어나게 표현했다. 두 편 모두 18세 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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