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스테이지]가수들 공개방송 출연료 대폭 올려

  • 입력 1999년 8월 24일 18시 52분


가수들의 권리 주장이 ‘세졌다’. 방송사와 협상해 라디오 공개방송 출연료를 수 십배나 올렸다. 이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매니저 단체인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8월초 가수들의 위임을 받아 SBS와 롯데리아가 공동 주최하는 전국 5개도시 순회 환경콘서트 공개 방송 출연 거부를 결의했다.

SBS가 롯데리아에 매회 수 천만원씩의 협찬금을 받으면서도 가수에게는 각 20여만원의 방송 출연료만 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가수들은 기업체 행사 무대에 나가면 수 백만원은 예사이고, 톱스타들은 100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협회는 특히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등을 1만원어치 이상 사면 입장권을 주는 등 이번 방송은 기업체 이벤트의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SBS는 결국 ‘기업체 행사 출연료의 절반을 지급하라’는 협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방송사가 가수들의 주장을 간단히 수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협회는 KBS와 MBC 등에도 같은 요구를 할 방침이다.

가수 입장에서 보면 수 천명이 모이는 공개방송은 많은 스타들이 나오는 일종의 ‘무료’ 대형 콘서트. 때문에 가수가 공개 방송에 나간 뒤 단독 콘서트를 열면 텅텅 비기 일쑤였다.

방송에 대한 가수들의 권리 주장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자’였던 가수들이 목청을 높인 것은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가수 윤도현은 이렇게 말했다.

“우선 팬들이 가만있지 않아요. 이번 행사의 ‘1만원짜리 입장권’처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PC통신 등으로 거칠게 항의해 옵니다. 우리의 권리 찾기도 팬의 힘을 자각하는데서 나오는 것 같아요.”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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