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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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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상황★
지난달말 정부가 영진위 위원 10명을 선정하고 위원모임에서 신세길 전 삼성물산 구주본부장이 위원장에, 영화배우 문성근이 부위원장에 선임된 직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위원에 선임된 김지미 영화인협회 이사장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나와 윤일봉 전 영화진흥공사 사장은 위원 위촉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영진위는 정족수 미달의 위원수로 발족했으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두 사람은 분명히 위촉에 동의했고 구두동의는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김이사장 등이 위촉에 동의하고서도 번복했는지 여부와 반발동기가 주목받고 있다.
★반발배경★
반발의 저변에는 영화계 신구세대간의 뿌리깊은 갈등이 있다. 김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충무로 포럼’에서 부모 뻘인 선배들을 매도한 인물들이 위원이 되어서야 되겠는가”고 언성을 높였다. 이는 토론모임 ‘충무로 포럼’대표인 문성근 부위원장을 겨냥한 발언.
충무로 포럼은 그동안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젊은 세대들의 목소리를 모아왔다. 이들의 의견에 영화인들이 폭넓게 공감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충무로 포럼이 영진위가 발족하기 전인 4월, 위원 후보에 대한 모의투표를 실시했고 이 자리에서 ‘김이사장 등이 위원이 되면 안된다’고 주장한 독립영화협의회의 유인물이 나돈 게 화근이 됐다. 문성근 대표는 그후 김이사장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대간 갈등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자격시비★
신세길 위원장의 자격 문제도 시빗거리. 영화인협회는 신위원장이 “기업에서는 전문 경영인일지 모르나 영화산업의 특성은 전혀 모르는 비전문가”라고 공격하고 있다.문화부 관계자는 “영화전문가가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고기를 잡아본 사람이 수산청장이 돼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영상사업을 하고 있는 특정기업 출신 경영인이 과연 위원장에 적합한가는 계속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더군다나 위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97년 대통령선거때 고교동창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돕는 바람에 미운털이 박혀 배제됐다는 소문도 영화계에 나돌고 있는 실정.
★전망★
이같은 신구세대간의 갈등을 치유하지 않는 한 영진위가 제 역할을 다하기는 어렵게 됐다. 불만이 고조된 원로 영화인들을 끌어안기 위한 영진위의 결단과 젊은 영화인들을 “애들”로 취급하는 원로들의 시각 교정이 시급한 과제다. 또 젊은 영화인들도 원로들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영화인들은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개정 ‘영화진흥법’등 정부의 영화정책과 영진위 운영방법및 위원선정기준등에 수긍한다. 그러나 위원 선정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져 나온데 대해 당혹해 한다. 영화팬들은 신구세대가 한시 바삐 갈등을 봉합하고 영진위를 정상화시켜 영화발전에 공헌하길 기대한다. 다툼이 계속되면 영화인들이 ‘밥그릇싸움’만 일삼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영화진흥위란?★
영화진흥공사가 폐지되고 들어선 법정 민간위원회. 스크린쿼터, 등급외 전용관 신설 등 정부의 영화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또 2001년까지 5백억원으로 늘어나는 영화진흥금고의 운영권을 갖고 있고 수천억원 규모로 조성될 문화산업진흥기금을 영화계로 유도하는 통로의 역할도 맡게 된다. 위원 임기는 3년.
문화부가 선임한 위원은 다음과 같다. △신세길 △문성근 △김지미 △윤일봉 △임권택(감독) △정지영(〃) △김우광(SBS프로덕션 전무이사) △안정숙(한겨레신문문화부장대우) △조희문(상명대교수) △채윤경(계원조형예술대교수)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