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IMF방송가 『고맙다 6㎜ 카메라』

  • 입력 1999년 4월 8일 19시 10분


방송가에 가정용 6㎜카메라(이하 6㎜)가 방송사 간판카메라 격인 ENG카메라(이하 ENG)의 자리를 파고든다.

EBS가 6㎜를 지난해부터 자연다큐 ‘하나뿐인 지구’제작에 사용하다 올초 ‘카메듀서’(6㎜카메라맨+프로듀서)라는 새 직종을 만들어 다큐팀을 중심으로 실전배치했다. 최근 MBC와 S BS도 가세했다. SBS는 ‘출발!모닝와이드’에 6㎜로 찍은 자연다큐 코너를 활용, 호응을 얻은 이후 이달 중순에 방영될 아프리카 육로종단 다큐와 북극탐험 코너에서도 6㎜를 들고 나섰다.

가정을 벗어나면 기껏해야 독립영화 제작에 쓰이던 6㎜가 갑자기 ‘대접’받는 이유는 국제통화기금(IMF)이후 줄어든 방송가의 물품구입비 때문. 일제 최신 ENG 값이 1천만원대인데 비해 6㎜는 3백만원대다.

여기에 무게 2㎏ 미만의 ‘탁월한 기동력’이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10㎏에 육박하는 ENG로 작업하다보면 “마치 M16기관총의 손잡이처럼 생긴 윗부분의 홀더를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는 밑을 받쳐야 뛸 수 있어 아무래도 기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카메라맨들의 고충.

반면 6㎜ 예찬론자인 EBS다큐팀장 이상범PD는 “처음에 회사에서 6㎜를 쓰라고 했을 때는 ‘아마추어들 장난감으로 무슨…’했지만 막상 쓰다보니 따로 카메라맨에게 촬영을 맡길 필요가 없다”며 “6㎜ 아니면 들이밀 수 없는 협소한 공간에서는 더 좋은 화면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아직은 단점도 많다. “ENG의 묵직한 화면이 아쉽다”는 것이 ‘출발!…’의 기획을 맡고있는 장동욱 책임프로듀서의 설명. ENG라면 100% 잡을 수 있는 피사체도 6㎜로는 귀퉁이가 잘려나간다. 이 때문에 막상 편집할 때 ENG로 다시 찍어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

또 ENG는 마이크가 달려 있어 녹음상태가 양호하지만 6㎜는 녹음기능이 아직 ‘워크맨’ 수준. 대개 별도의 녹음장치를 휴대해야 한다.

한 중견 다큐전문PD는 “IMF가 방송가에 새로운 기기와 직종을 몰고 온 셈”이라며 “6㎜가 방송다큐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켜봄직하다”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