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출신 제작자 가요계 「실세」로 자리굳혀

  • 입력 1999년 3월 3일 19시 42분


스타는 사라지지 않는다.‘명함’이 바뀔 뿐이다.

양현석 이주노 신철 등 스타 출신의 음반 제작자들이 가요계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신세대 문화의 상징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96년 전격 해체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이주노는 ‘영턱스클럽’과 임성은의 앨범을 제작한데 이어 두 신인그룹을 새 카드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다른 멤버 양현석은 ‘지누션’에 이어 최근 가요차트를 석권했던 댄스그룹 ‘1TYM’으로 제작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런데 90년대 초반 ‘철이와 미애’로 활동했던 신철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가수생활을 포기하고 제작자로 돌아선 사람이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댄스와 가사 등을 보면서 은퇴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죠. 서태지의 등장은 기존 댄스팀에게 충격을 준 반면 좋은 아이디어와 재목이 있으면 소자본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웠습니다.”

이후 신철은 ‘DJ DOC’ ‘구피’ 유승준 탄생의 산파역을 맡아 스타를 만드는 제작자로 자리잡았다.

스타제작자의 신화를 연 주인공은 현역시절 감미로운 발라드를 주로 불렀던 이수만이다. 80년대말 현진영을 발굴한 데 이어 ‘H.O.T’ ‘S.E.S’를 키워내 90년대 가장 성공한 제작자로 꼽히고 있다.

이들이 빠른 시간에 가요계의 ‘실세’로 급성장한 가장 큰 이유는 가수 경력을 바탕으로 제작뿐 아니라 음악프로듀서를 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노는 “가수생활을 통해 신인 발굴에서부터 음반이 탄생하기까지 전 과정을 경험한 것도 성공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수출신 제작자의 경우 자신에게 익숙한 장르에 매몰돼 실패할 우려도 있다.

이수만은 “가수제작자들은 자신들이 음악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 장르를 고집, 전체적 흐름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며 “음악프로듀서나 공동 제작자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에 참여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가요계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