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눈물」 김재형-이환경콤비 「고려건국사」다뤄

  • 입력 1999년 2월 2일 19시 57분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의 명콤비 이환경(극작가)―김재형(PD)이 다시 손을 잡는다.

‘사극은 재미없다’는 통념을 깨고 시청자들을 TV앞에 불러모았던 두사람이 이번에 도전하는 주제는 고려 태조 왕건. 지금 KBS 1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왕과 비’의 종영 뒤 10월2일부터 ‘왕건(가제)’을 시작, 2000년 12월까지 방송한다.

“TV사극으로 한번도 다뤄진 적이 없는 소재라 솔직히 두렵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고려사의 문을 내 손으로 열게 돼서 이제 여한이 없어요.”(김재형)

김PD는 최근 드라마 개요를 자신이 직접 써서 방송사에 들고 오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고려사가 그간 사극에서 외면 당했던 이유는 고증이 어렵고 학술적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선이 건국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고려에 대한 왜곡된 기록을 남긴 것도 한 원인.

3년전부터 틈틈이 고려사 관련 논문 수백편을 모아온 작가 이환경은 “조선이나 고려나 비슷하게 5백년 역사인데 ‘조선왕조실록’은 4백권이 넘는 반면 ‘고려사’는 11권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서도 왕건에 대한 설명은 20∼30쪽밖에 안돼 재야 사학자들의 연구성과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삼국 통일 전야에서부터 시작해 고려 개국을 거쳐 왕건이 숨질 때까지를 약 1백회가량으로 다룰 계획입니다. 기본적으로 전투장면이 많지만 왕건 궁예 견훤 등 강렬한 캐릭터들이 내뿜는 매력이 만만치 않을 남성적인 드라마가 될 겁니다.”(이환경)

KBS는 4월부터 경북 문경의 부지 1만여평에 고려시대 양식을 재현한 오픈 세트를 지을 계획이며 6월경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편당 제작비는 ‘용의 눈물’보다 많은 1억5천만원선. 작가가 북한을 방문해 사료를 조사하고 개성에서 촬영하고 북한배우도 출연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만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런데 KBS는 ‘용의 눈물’ ‘왕과 비’에 이어 왜 또다시 ‘승리자’의 이야기를 그리는 걸까.

“왕건은 중용을 지키는 스타일이고 합의 정신을 정치철학으로 삼았습니다. 적이었던 견훤의 참모들도 다 끌어안았어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통일의 과제를 남겨놓은 지금 이 시기에, 우리의 할 일에 대한 해답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김재형)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