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란 대문」,한지붕 창녀와 여대생의 어울림

  • 입력 1998년 10월 29일 19시 04분


파란대문안에 두 여자가 있다. 몸을 팔아 한 집안을 먹여살리는 창녀와 그를 혐오하는 동갑내기 여대생.

아버지와 남동생이 다 한번씩 집적거려보는 ‘가짜 딸’과 부도덕한 가정환경때문에 속을 끓이는 ‘진짜 딸’

31일 개봉할 ‘파란대문’(감독 김기덕)은 도저히 섞일 것같지 않은 두 여자가 결국 화합하게 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여성 ‘버디(buddy·동료)영화’다.

‘새장 여인숙’안에서 복작대다 어렵게 화해에 이르는 두 여주인공 역에 썩 잘 어울리는 배우 이지은(28)과 이혜은(26).

몽상가 기질이 강한 지은은 묘하게 슬픈 듯한 분위기가 이 영화의 중심인물인 창녀 역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 감독의 낙점으로 캐스팅됐다. 반면 반듯하고 현실적인 혜은은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하겠다”고 감독에게 먼저 제안해 ‘파란 대문’안으로 들어왔다.

유난히 누드 신이 많은 지은. “창녀가 벗는 건 당연하니까” 노출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이 영화를 ‘호스티스 영화’류로 보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은이 연기한 창녀가 별 변화없이 물처럼 흐르는 성격인 반면 혜은이 맡은 여대생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는 인물. 집안의 밥줄이지만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창녀를 못살게 굴다가도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통해 서서히 변해가는 여대생을 과장되지 않게 그려냈다.

영화에서 두 사람의 화해를 극적으로 표현해주는 장면은 몸이 아픈 창녀를 대신해 여대생이 손님 방에 들어가는 충격적인 장면.

“창녀대신 정말 손님을 상대했는지 아닌지는 모르죠. 그것말고도 이 영화에는 여름에 눈이 내리고 금붕어가 바닷물에서 헤엄치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이 많아요. 그런 충격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이 두 사람의 심리와 화해를 현실적인 묘사보다 더 잘 표현해준다고 생각합니다.”(혜은)

두 사람이 함께 꼽은 ‘파란 대문’의 미덕은 ‘독특한 스타일과 따뜻함’이다. 저예산으로 20일만에 촬영을 마친 이 알뜰한 영화에는 확실히 김기덕 감독 특유의 환상적인 스타일이 살아있으면서도 그의 이전 영화들에서 두드러졌던 위악적이고 거친 면은 많이 줄어들었다.

‘파란 대문’은 두 사람이 세번째로 출연하는 영화다. “98년 지금의 모습, 일상속에 숨어있는 섬뜩한 진실을 담은 영화”를 좋아하는 혜은과 “영화는 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차라리 더 좋다”는 지은. 매력적인 두 여자를 만나기 위해 파란 대문안으로 한 번 들어가봄이 어떤가.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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