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만원사례」 이젠 추억속으로…매진 드물어

입력 1998-10-01 18:40수정 2009-09-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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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사례(滿員謝禮)’.

추석날 아빠 손잡고 모처럼 시내 극장에 가보면 매표소 앞에 떡 붙어있는 흰종이에 커다란 붓글씨. 극장직원 아저씨는 뭐가 좋은지 괜히 싱글벙글대고.

“아빠 저게 무슨 뜻이야?” “표가 다 팔렸다는구나.”낙담한채 아빠 손 잡고 동네 극장에 가보면 평소엔 텅텅비던 극장에 앉을 자리는 커녕 발 디딜 틈 조차 없이 가득찬 동네 어른, 아이들.

비록 퀴퀴한 냄새 나고 벽엔 가끔씩 팔뚝만한 쥐 일가족이 기어올라가지만 아빠 무등타고 아저씨들 머리 너머로 보는 추석날의 ‘비내리는 영화’는 왜 그리 재미있던지….

하지만 90년대말의 극장가에선 예전의 그런 명절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만원사례’ 글자를 써붙이는 극장은 거의 없다. 이는 전화예매 제도를 도입한 극장이 많기 때문. 전화로 예매하고 상영 30분전까지 오지 않는 손님이 생길 경우 이 표를 즉석에서 팔아야 하기때문에 상영직전까지 매표가 진행된다.

추석대목의 의미도 많이 줄었다. 서울시극장협회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가 많이 보급되고 영화관람이 일상적인 일이 되면서 추석 특별행사로서의 극장나들이의 의미가 많이 사라졌다”며 “요즘은 대부분 극장들이 추석 경기를 평상시 주말 수준 정도로 간주한다”고 전한다. 또 한 영화를 한두 개봉관이 독점 개봉, 극장앞이 인파로 메워졌던 몇년전과는 달리 요즘은 한 영화가 15∼20개의 극장에서 동시 상영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관객 집중 현상이 생기기 힘들다. 기분좋게 ‘만원사례’를 써붙일 만큼 완전 매진되는 경우가 드물어진 것.

온가족이 좌석 한줄 전체를 차지한채 떠들며 영화를 보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 CGV강변11처럼 한 극장에서 여러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복합상영관의 경우 가족이 극장 앞까지는 같이 온뒤 각기 다른 상영관에 들어가는 풍경이 흔하다. 롤러스케이트를 탄채 커다란 팝콘봉지와 콜라를 손에 든 아이들과 슬리퍼 신고 반바지 입은 아빠 엄마가 매표소 앞에서 “빠이빠이”.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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