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주말영화」에 도전장…예술성 높은 거장작품 엄선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16분


“이거 원 볼만한 게 있어야지….”

요즘 방송3사가 내놓는 주말영화 ‘메뉴’를 보면 영화팬들은 물론 ‘영화야 재미있으면 그만이지’하던 시청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십상이다. 재탕에 삼탕은 기본이고 싸구려 폭력물이 즐비하다. “광고가 50%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최신작은 엄두도 못내는 실정”이라고 방송3사 영화담당자들도 한숨을 쉰다.

이렇게 ‘황폐해진’ 주말영화판에 EBS가 끼어들었다. EBS가 9월 개편을 맞아 마련한 ‘세계의 명화’(토 밤10·10). 일요일 오후2시에서 이동, 방송3사의 주말영화 시간대에 ‘정면편성’한 EBS개편 최고의 빅카드다.

‘세계의 명화’를 통해 내놓은 히든 카드는 다름아닌 예술영화. 현재 방송3사가 내놓는 ‘졸작(拙作)’들에 비해 시청률이라는 경쟁력은 뒤질 지도 모른다. EBS 권경안 편성기획팀장. “사실 걱정됩니다. 아직 아트영화가 본격적으로 편성된 적도 없고…. 차라리 1개월간 시험 편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하지만 그동안 영화전문프로 ‘시네마 천국’(금 밤9·45)을 통해 마니아층을 확보한데다 방송3사의 주말영화에 식상한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면 ‘승산’이 있다는 것이 E BS측의 기대다. 실제로 5일 1탄 루이 말 감독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57년) 방영후 “잘봤다”는 마니아시청자들의 격려전화가 20여통 걸려왔단다.

앞으로는 ‘마지막 황제’의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모더니즘 대표작 ‘거미의 계략’과 구소련의 영상시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 ‘희생’등 영화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작품만 엄선할 계획.

권팀장은 “당분간 시청률로 좀 고생하겠지만 오랜만에 EBS에 걸맞는 기획”이라고 자평했다. ‘세계의 명화’가 볼만한 영화에 목말라하던 주말영화팬들에게 ‘오아시스’같은 기획이 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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