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컴백앨범]「미발표곡 모음집」인상 새로운 느낌없어

  • 입력 1998년 7월 8일 19시 35분


서태지는 과연 그답게 ‘서태지 음악’을 했다.

얼핏 고집스럽게 느껴질 만큼 그는 시종일관 통렬한 소음형 록으로 컴백 앨범을 채우고 있다. 쾌락 일변도의 댄스 음악과 나른한 발라드에물릴대로물린음악팬들은 마치 무더위 속에서 한차례 소나기를 맞는 기분을 맛볼 것이다. 이 점은 누가 뭐래도 시원하고 후련하다. 역시 서태지만이 할 ‘반역적 거사’다.

그는 신보를 통해 자신은 결코 ‘국민가수’가 아니며 국민가수가 될 의향도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폭넓은 대중의 호감보다 자기 음악을 이해해주는 사람들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리 숨쉴 틈도 주지 않고 그처럼 사납게 몰아댈 리가 없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인이 좋아하는 선율을 써낼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 수록곡 ‘테이크 4’나 ‘테이크 5’에 그런 재기가 엿보인다. 그런데도 그는 충분히 예뻐질 수 있는 곡을 애써 거칠게 포장해버렸다. 대중적 지향을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흔적이 앨범 곳곳에 나타난다.

그러나 아쉬움이 더 크다. 먼저 이번에 구사한 이른바 얼터너티브 록 스타일은 이미 3집에서 선보인 바 있는,귀에 익은 패턴으로 새로울 게 없다. 꼭 새 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티스트의 의무는 아니지만 새로운 음악의 실험이 지금까지 서태지의 징표였다는 점에서 확실히 충격은 덜하다.

솔직히 신작이라기보다는 ‘미발표곡 모음집’이라는 느낌이 앞선다. 총 9곡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6곡에 그치고 러닝타임이 28분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받을 소지가 있다. 늘 수록곡이 적었지만 이 정도라면 한장의 앨범으로 보기 어려운 미니 앨범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수고대해온 팬들에 대한 서비스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3년만의 컴백 앨범을, 또 ‘아이들’을 떼놓고 만든 첫 솔로 작품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어딘지 모르게 서둘러 조급하게 만들어냈다는 느낌이다. 더우기 은퇴를 뒤집고 내놓은 ‘보상’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컴백 작품으로 메인 이벤트를 위한 ‘워밍업’으로만 봐달라면 할 말이 없지만 완벽한 5집 앨범으로 보고 싶지 않다.

‘돌아온 서태지’는 ‘때로 형식이 실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 너무도 반가운 앨범이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크다.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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