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가수로… 배우로…올해 『용틀림』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3분


임창정(25)은 올해 「용」됐다. 그 용틀임은 꼭 연극같다. 6년이 넘는 길고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나 빛을 찾았다. 그래도 주위에서는 그의 「등용」에 고개를 끄덕인다. 『정열과 웃음이 넘치는 임창정을 보고 언젠가는 용될 줄 알았다』고. 영화 「비트」로 용틀임을 시작했다. 10대 아웃사이더의 일탈을 다룬 이 영화에서 환규 역. 누구도 따뜻한 말 한마디 주지 않는 밑바닥 인생. 그렇지만 삶을 긍정하는 환규의 해맑은 웃음이 임창정을 새롭게 비추었다. 연기도 『주연 못지 않다』는 평을 들었다. 올해 5월 내놓은 3집 「어게인」은 그에게 여의주를 줬다. 95년 1월 첫음반을 냈지만 이제서야 누가 직업을 물으면 『저 가수인데요』라고 말할 수 있게 된 뿌듯함. 이 음반은 신나라 레코드 공식 집계로 60만장이 넘었다. 연말결산순위 9위. 이승환 조관우 등 쟁쟁한 가수들과 나란히 선다. 이뿐만 아니다. 임창정은 다재의 끼가 넘친다. 노래와 연기, 웃기는 재주도 보통 이상. 개그맨마저 자지러진다. KBS 「슈퍼 선데이」의 MC, 인기코너 「금촌댁네 사람들」 「둥근해가 떴습니다」 MBC의 「남자셋 여자셋」 SBS 「뉴욕스토리」에서의 연기 등 코미디와 시트콤은 맘껏 끼를 드러낸 무대다. 『겹치기가 너무 심했나요…. 놀지 말고 틈나는대로 뛰자는 뜻이었어요. 사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별명은 그다지 반갑지 않아요. 한 우물을 파도 변변찮은 재주인데…』 성실과 노력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궂은 일도 마다 하지 않는다. 무명시절에는 누구나 그렇지만 정상에 올라서도 변함없다는 말을 듣는다. 오랜 무명 시절 스스로 낮추던 것이 몸에 밴 덕분일까. 『사실 옆에 있던 동료가 「뜨면」 배가 아프기도 했어요. 나는 뭐가 못나서 이렇게 안되나. 그래도 뜻만 있고 성실하면 언젠가는 된다는 희망으로 버텼습니다』 임창정은 경기 이천고 1년때 영화 「남부군」(90년)의 단역으로 데뷔했다. 무작정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 고교때 서울로 통학하며 연기학원에 다녔다. 고교 졸업후 상경했다. 춥고 어두웠던 그해 겨울. 그때부터 한 아르바이트를 꼽자면 50가지도 넘는다. 웨이터도 했고 가스통을 오토바이에 싣고 배달도 다녔다. 한 3년쯤 지나면서 무대 여기 저기에 나서며 스스로를 다졌다. 그동안 출연한 무대는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비롯해 뮤지컬 「마의태자」 「에비타」 등. 그래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얼굴로 어떻게 스타가 되겠느냐』는 핀잔도 들었을 정도니까. 그러나 정열이 있었다. 밑바닥의 추위를 고스란히 받아들여 안에서 녹이는 뜨거움. 덕분에 「불황」을 딛고 일어서는 해맑은 웃음과 편안함을 표출할 수 있었다. 연말에도 하루 7,8군데의 일정. 정신없다. 스타라는 사실도 못느낀다. 그저 돈이 좀 생겨 부모님께 새 집을 지어드리고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났을 뿐. 왠지 모를 불안. 『지금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방송일정은 공장처럼 돌아가니 내가 어떤 내용을 찍는지도 당황스럽고요』 다 이름값 때문이지만 내년부터 추스를 예정이다. TV도 모두 쉬고 당분간 노래만 부를 계획이다. 음반은 내년 3월에 리듬앤블루스 계열로 준비중이다. 〈허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