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합동토론회 문제점]주제는「뒷전」「말싸움」만발

  • 입력 1997년 12월 15일 19시 57분


3차례 열린 대선 TV합동토론회는 「미디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는 해도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투표일을 나흘 앞둔 14일 밤 토론회는 세 후보의 정치적 공방이 특히 두드러졌다.사회 문화 분야라는 주제와는 동떨어진 국제통화기금(IMF) 재협상, 병역 시비와 비자금 공방 등으로 튀었고 대통령후보 자질론으로 설전을 거듭했다. 토론의 기본틀마저 지켜지지 않았고 토론회가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유권자들은 원색 비방전을 보고자 한 게 아니라 국가 위기에 대한 대안과 21세기를 향한 비전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토론회에서 주제외 공방이나 동문서답을 사전에 예방할 방안은 없었느냐』고 묻고 있다. 경직성 문제는 토론회를 주관한 대통령선거방송 토론위원회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참된 토론의 장을 만드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주최 방송사들도 시비를 의식, 생방송도중 큐시트에 어긋나는 조그만 융통성도 사회자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사회자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질문답변시간과 순서도 기계적으로 꿰맞추었다. 3차례 진행을 맡은 정범구(鄭範九)박사는 『토론위가 공정성을 위해 사회자는 주제외 발언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며 『토론회가 끝날 때마다 정당의 불만이 여과없이 전해오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기계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토론위는 또 졸속으로 만든 규정때문에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시행령조차 없어 구성과 역할, 책임은 물론 예산 근거도 모호했다. 11인의 위원중 정당추천 인사와 방송사 대표들이 7인이나 되어 정당과 방송사의 이해관계에 흔들렸고 이중 일부 방송사에 소속된 위원들이 방송사 이해관계에 따라 토론회의 결정을 좌우했다. 동아일보가 주최한 합동토론회의 KBS 중계를 막은 월권적 행위나 후보간 1대 1 교차 토론을 벌이도록 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토론위는 폐쇄적 운영으로 유권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의제나 질문을 선정하는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소위원회에서 선정한 주제가 유권자를 속시원하게 하지 못했고 변죽을 울리는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토론위는 공정성을 얻는다는 명분으로 토론의 본질인 정책 대결을 희생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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