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을 스쳐간 부처, 성철 큰스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 5일 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영화 「성철」의 촬영현장에서 출가한 성철이 세속의 피붙이들과 만나는 장면이다.
『그래 중학교 댕기겠구나』
『내년에 사범학교 들어갈 생각입니더』
『아아들 가르치는 일은 어렵데이. 자신의 인격이 먼전기라』
『예 아부지』
『앞으로 날 부를 때는 시님이라 캐라』
『예 시님』
『소임을 다해서 열심히 살거라. 중생이 삼세를 통해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가 쉽지 않은 벱인기라. 생명을아끼고뜻을 바로세우거라』
그러나 머지않아 큰스님의 외동딸과 부인도 불가와 인연을 맺어 일가족 모두 입산을 한다.
영화에서 큰스님으로 분한 이는 「뜻밖에도」 전문 배우가 아닌 시인 장석남(32). 그는 첫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내년봄 세번째 시집 「젖은 눈」(가제)을 낼 예정이다.
『서른세살이 되던 지난봄 「이대로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수가 서른세살에 죽어서인지…. 직장(새얼문화재단)을 그만두고 문학공부에 몰두하고 있는데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았습니다』
인생의 전환을 모색하던 그에게 이 영화는 불교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여겨졌다. 영화 대사를 외우기에 앞서 큰스님의 법어집과 불교서적들을 뒤적였다. 당연히 그가 추구하는 연기는 큰스님의 외양이 아니라 내면. 박철수 감독 또한 『순수와 서정이 가득한 장석남의 시정신이 영화에 배어들기를 바란다』며 『무리하게 「연기」를 시키지는 않겠다』고 했다.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자기 육신을 치는 소리/풍경이 자기 육신을 쳐서/소리로라도 가려고 하는 곳/그곳을 나는 지금 보고 있다」(시「깊은 밤」의 일부).
초월을 꿈꾸는 그의 시속에는 이미 불교의 구도적 이미지가 엿보였다. 그는 『시나 영화나 이미지로 이뤄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지를 좇는 것이 나의 업인 것 같다』고 한다. 박철수 감독은 이번 영화에 여러가지 의미를 두고 있다. 기존 불교영화들이 고통스런 속세로부터 떠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성철」을 통해 참선 과정과 불교 정신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것. 또 「빨리 찍기」와 저예산영화로 유명한 박감독이지만 이번만은 제작비와 공을 많이 들여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큰스님의 가족관계와 정신은 빌려오되 그의 일대기에 집착하진 않겠으며 스토리 중심의 영화가 아니라 관객을 화면에 몰입시키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 박감독의 말이다. 영화는 겨울장면과 봄장면 촬영을 마친뒤 내년 5월 선보인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