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크라이튼과 존 그리샴. 미국 출판가 흥행 제조기 1,2호로 통하는 작가들이다. 크라이튼의 「쥬라기공원」, 그리샴의 「펠리컨 브리프」는 초고 상태일 때부터 출판가에서 「화폐제조기」 「백지수표」로 통했다.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어져 북미대륙을 달군 이들의 작품 「ER(크라이튼)」와 「의뢰인(그리샴)」이 이번주 화요일 밤12시10분부터 SBS와 MBC에서 심야시간대 시청률을 놓고 불꽃 접전을 펼친다.
크라이튼과 그리샴은 밀도있게 집적된 전문지식을 밑거름으로 과학소설과 법정소설의 독보적 경지를 개척한 미국 소설의 거대 영주다. 초판만 50만권 이상, 영상으로 옮겨진 작품마다 예외없이 대성공을 거두는 마이다스의 오른손과 왼손.
미국에서 94년말부터 방영되고 있는 크라이튼의 「ER(응급처치실)」는 매회 3천만명 이상이 보고 있으며 에미상 23개 부문 후보에 올라 편집상 감독상 「탁월한 연속극상」 등 8개 부문을 빗질해간 드라마다. 그것도 모자라 드라마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조지 포스터 피바디상까지 거머쥐었다.
크라이튼은 하버드대 의대 재학시절 「ER」 초고를 썼지만 비웃음을 받았을 뿐이었다. 20년 동안 부심해오다 「쥬라기공원」을 제작하며 만난 스티븐 스필버그의 격려를 받고 본인이 직접 대본, 제작까지 맡은 것이 바로 회심의 드라마 「ER」.
28일 장장 95분간 첫 방송된다. 「탑건」의 불운한 파일럿역(役) 앤서니 에드워즈가 눈코 뜰 새 없는 현대적 히포크라테스의 초상 닥터 그린으로, 「배트맨과 로빈」에서 배트맨으로 열연한 조지 클루니가 바람둥이 닥터 로스로 나온다.
빠르게 움직이는 외과용 메스, 쉴새없이 삐삐거리는 심전도 검사기, 피투성이 된 수술복을 화면 바탕에 깔고 울고웃는 미국 사회의 자화상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28일 2회째 방송되는 그리샴의 「의뢰인」은 이미 극장영화로 제작돼 상종가를 올린 흥행 보증수표. 현직 변호사로 법정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작가의 이력이 십분 발휘된 드라마다. 장면장면 시청자들을 숨가쁘게 만드는 한편 가족의 소중함도 일깨워주는 휴먼 드라마.
이런구도는 가족법을 전공했으면서도 자기 아이의 양육권을 놓고 소송중인 여변호사 레지 러브를 통해 펼쳐진다. 모르는 이로부터 가방을 받아든 뒤 살인누명을 뒤집어쓴 소년, 부잣집 아들과 사귀어 임신까지 했으나 내쫓겨 피살 위협을 받는 소녀가 그녀의 의뢰인들.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경찰이 등장한다는 점. 그러나 내용은 딴판이다. 「ER」가 시간, 죽음의 신과 승부를 겨루는 의사들의 인간미를 그리고 있다면 「의뢰인」은 흑백이 모호한 사건속에 빠진 변호사들의 진실 캐내기 게임이다. 내용 못지않게 드라마끼리의 시청률 신경전도 흥미를 일으킨다. MBC가 5분 먼저 시작, 기선(機先)를 노리고 있다.
〈권기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