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최하위 점포의 철수 대신 복합 주거·상업 시설로 재개발 추진
중공업 불황과 인구 이동으로 무너진 소비 기반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
단순 부지 매각이라는 통상적 구조조정 탈피해 지역 밀착형 거점 구축 시도
거시적 경기 침체 속 하드웨어 개편 넘어 콘텐츠 경쟁력 확보가 과제
현대백화점그룹 CI. 현대백화점 제공
중소도시 백화점들이 극심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산점은 지난 2024년 여름 폐업 후 부지 처분을 알아보고 있으며, 분당점 역시 올봄 영업을 종료하고 업무용 빌딩으로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미아점과 센텀시티점 등도 매각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백화점 울산점 동구가 매장 철수 대신 미래형 복합 공간으로의 체질 개선을 선택해 이목을 끈다. 실적이 저조한 매장을 정리하는 일반적인 유통업계의 행보와 달리, 지역 환경에 맞춘 새로운 쇼핑몰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공모한 울산 동구 서부동 일원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 사업에서 우선협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행정 절차와 심의를 거쳐 최종 향방이 가려진다. 제출된 계획안대로 확정되면 기존 매장 부지에는 저층부 상가와 75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이 결합된 최고 49층 높이의 주상복합 건물이 세워진다.
1977년 문을 연 울산점 동구는 수십 년간 인근 주민들과 HD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대형 산업단지 종사자들의 핵심 소비 거점이었다. 그러나 경기 정체와 정주 인구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전통적인 형태의 매장 운영은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해당 점포는 2020년 연간 외형이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24년에는 매출액이 798억 원까지 주저앉으며 전국 최하위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과거 조선업 전성기에 형성됐던 탄탄한 배후 수요가 붕괴된 점이 결정적이었다. 예전에는 대기업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문화·소비가 이곳으로 집중됐으나,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현장 인력이 외국인 근로자로 대체되고 기존 주민들은 정주 여건이 우수한 남구나 중구로 거처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이 50년 가까이 노후화되어 매년 시설 보수비용만 10억 원 이상 지출되고 수십억 원의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라며, 입점 업체 수백 곳이 수익 악화로 철수를 원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매장 기능 수행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현대백화점이 전면 폐점 대신 용도 전환 카드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이익률만 따진다면 부동산을 처분하는 것이 유리함에도, 대규모 개발을 통한 공간 유지를 택한 것은 지역 사회와의 동반 성장을 염두에 둔 책임 경영 관점으로 풀이된다.
계획안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들의 일상에 맞춘 임차인 중심의 생활 밀착형 쇼핑몰을 구현하고, 상부에 고급 주거지를 조성해 자체 수요를 충족시킬 방침이다. 다만 동구 지역 전체의 인구 감소와 소비 위축이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 있어 외형 변화만으로 고객을 다시 유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상업 시설의 내부 기획과 차별화된 콘텐츠 확보가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재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질을 대폭 끌어올려 주민 눈높이에 맞춘 차별화된 상업 시설을 구현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 인프라를 제공하는 유통사로서 소임을 다하고 고사 위기에 처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전했다.
구조조정과 규모 축소가 유통업계의 대세로 자리 잡은 작금의 상황에서, 공간 재탄생을 선택한 현대백화점의 실험이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유의미한 탈출구가 될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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