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화제를 모은 기업 중 하나는 100년 역사의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였다. 조 크리드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이 어떻게 건설 현장의 미래를 바꿀지 청사진을 제시했다. 광산의 자율주행 장비가 3억8500만 km를 주행하며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실적은 피지컬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크리드 CEO는 AI 시대 건설 분야에는 인력이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며 5년간 2500만 달러를 인력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건설업에서 피지컬 AI의 목적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 인지 기능을 ‘증강’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현장을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돌발 상황에 대처할 인간의 경험과 직관이 필수인 건설업에서 피지컬 AI는 인간의 역량을 보강하고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건설 로보틱스는 3가지 영역으로 구체화된다. 첫째는 ‘웨어러블(Wearable)’이다. 근로자가 ‘입는’ 기기는 근로자의 근력을 보완하고 신체 활동과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고령화가 이슈인 한국에서는 노동력 부족과 산업재해 예방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수단이 된다.
둘째, ‘리모트(Remote)’ 시공은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할 때 AI의 보조를 받아 인간이 안전한 원격 조종실에서 장비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원격 타워크레인, 아파트 외벽 도색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인간을 위험으로부터 멀리하되 인간의 판단과 제어 능력은 현장에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셋째, ‘마이크로-봇(Micro Robot)’은 교각 균열 탐지 드론, 구조물 내부 탐사 로봇 등 인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서 정밀 시공을 수행하고, 구조물 내부의 균열과 이상 징후를 탐지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유지관리 단계에서 사고 가능성을 미리 감지하고 차단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AI 시대 건설업의 또 다른 핵심 전략은 바로 어시스턴트 AI다. 어시스턴트 AI는 둘로 나뉘는데, 우선 ‘피지컬 어시스턴트’는 인간 근로자의 물리적 활동을 보조하는 AI를 말한다. 근로자가 AI를 탑재한 로봇을 조수로 동반하며 자재 운반, 계측·측량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펑크셔널 어시스턴트’는 스마트 글래스와 증강현실(AR) 기술을 기반으로 현장 상황에 맞는 설계도면, 각종 매뉴얼 등을 근로자에게 즉각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초급 근로자도 숙련된 근로자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정부는 건설산업의 피지컬 AI 구현을 앞당기기 위해 ‘기술 개발-인재 양성-산업 육성-해외 진출’이라는 4단계 프레임워크 아래 연구개발(R&D) 투자와 산업 생태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로보틱스 기술 개발과 실증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AI·로보틱스·건설산업을 융합한 미래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 건설 로보틱스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와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피지컬 AI 기반의 첨단 인프라 건설 역량을 무기로 해외 건설 시장 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피지컬 AI는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건설이라는 행위를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더욱 인간 중심적으로 만들 것이다. 이는 우리 건설산업이 반드시 맞이해야 하는 미래의 청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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