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교부금 수술 나선다]
학생 줄어드는데 내국세 연동 과잉
1인당 1600만원, 10년새 2배 늘어… 운전면허 비용 등 선심성 지원 남발
“일률적인 할당 구조 개선하고 교육재정 칸막이도 허물어야” 지적
지난해 경기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수능 후 운전면허를 따거나 어학 공부에 쓸 수 있는 지원금을 30만 원씩 받았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의 사회진출 역량 개발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37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교육예산으로 이런 것까지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일부 학부모와 교원 단체의 비판이 제기돼 논란을 빚었다. 교육청은 올해도 252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최근 시도교육청들이 이 같은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는 원인으로 내국세에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구조가 지목된다. 내국세의 20.79%를 자동으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하는 탓에 초중고교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드는데도 교육재정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반도체발 초과 세수로 교육교부금이 사상 처음 8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직적인 교육재정 구조를 개편해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넘치는 교육재정에 지원 남발
시도교육청들의 스마트 기기 보급 사업은 방만한 예산 운영의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3, 6학년과 중고교 신입생 25만 명에게 학습용 스마트 기기를 지급했다. 신규 지급을 위해 책정된 예산만 1566억 원이다. 2022년 사업 시작 후 매년 교육청 게시판에는 “필요 없는 학생에게 일괄 지급하는 건 세금 낭비”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초중고교생 입학지원금 등 현금성 지원도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510억 원 예산을 투입해 관내 초등학생 1인당 20만 원, 중고교생 1인당 30만 원씩을 지급했다. 전북, 울산, 광주 등 많은 시도교육청도 입학지원금을 준다. 국민의힘 이종욱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시도 교육청의 현금성 지원 규모만 5990억9000만 원에 달했다.
남아도는 교부금을 쓰기 위해 학교에서는 잦은 공사가 진행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이 노후 학교 건물을 개축 또는 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학교’ 예산을 모두 소진하기 위해 2990억 원의 예산을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시설 예산이 많이 투입된 학교나 폐교 가능성이 있는 학교까지 선정해 96억 원을 중복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 1인당 교육교부금 10년 새 2배로
전문가들은 내국세에 연동된 교육교부금이 이 같은 방만 운영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시도교육청 예산은 교육교부금과 교육세 일부 등으로 마련된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부금은 세수에 따라 증가하는 구조 때문에 교육재정은 여유가 넘친다는 것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 세수로 올해 교육교부금이 80조 원을 넘기면 초중고교 학생 1인당 교부금은 처음으로 1600만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전의 2배 이상으로 불어나는 것이다.
교육교부금은 1959년 도입된 의무교육재정교부금과 1964년 도입된 지방교육교부세를 1972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통합해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1968년 처음 내국세와 연동했을 때 그 비율은 10.5%였는데 차츰 높아져 2020년 20.79%로 정해졌다. 초기에는 열악한 국내 교육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이후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변화한 환경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선 대부분 교육 예산을 교육 여건에 맞게 편성한다. 한국처럼 내국세에 일정 비율을 연동하는 방식은 드물다.
교육재정의 불균형도 문제다. 초중고교와 달리 국내 대학은 만성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연구개발비 포함)는 6617달러(이하 구매력평가지수 기준)로 OECD 평균인 1만5102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반면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는 2만1476달러로 OECD 평균(1만2438달러)의 1.7배에 이른다.
● “내국세 연동 끊고, 대학에도 투자해야”
전문가들은 교육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세수 호황기에 지나치게 많은 재정이 교육교부금으로 내려가면 고등(대학)교육과 평생교육 등 더 필요한 곳에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초과세수 역시 정해진 법에 따라 지방교부금(19.24%)과 교육교부금(20.79%)으로 40%가량을 떼고 나면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획예산처도 내국세 연동 방식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 교육교부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연동해 교부금을 배분하거나, 교육재정의 칸막이를 허물어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에도 교육교부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세수보다 안정적인 명목 GDP 상승률을 적용하면 교부금이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지 않고 완만하게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된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교육교부금의 일정 부분으로 고등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론 성장 동력을 위한 인프라 투자 등이 이뤄질 수 있게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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